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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쓰레기 왕국
1940년대 쾨니히스발트가 이끄는 고인류학자 팀은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초기 인류의 유골 군을 발견했다. 학자 팀은 발굴 성과를 높이기 위해 주변 지리에 밝은 지역주민의 도움을 얻고자 사람 유골 조각 하나 당 10센트의 상금을 걸었다. 놀랍게도 그들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유골을 열심히 쪼개고 있었다. 원형전체 고스란히 발굴되었더라면 그야말로 역사적인 대사건으로 기록되었을 터인데.
21세기 캄보디아 건설 현장에서도 본질적으로 별반 다를 바 없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캄보디아 인부가 자투리 목재를 들고 와 집안의 땔감용으로 가져가도 되겠냐고 요청해 흔쾌히 허락한 적이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너도나도 멀쩡한 목재를 토막 내 반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알루미늄공도, 철근공도 새 부재(部材)를 절단 내고 있다는 사실 또한. 하나같이 내다 팔 속셈이었던 것이다.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이 싸우면, 더 절박한 사람이 이기게 마련이다. 나중 얘기는 해서 뭐 하리, 치사한 사람이 되는 것도 잠깐이다.
최근에 지방 나들이를 했다. 국도 주변으로 대형콘크리트 관을 묻으며 하수도 정비가 한창이었다. 하수관과 하수관 사이 열린 수로마다 페트병이며 비닐봉지며 일회용 용기가 가득해서, 멀리서 언뜻 보기에 이 열대지방에 웬 눈이 쌓였나 싶을 정도였다. 쓰레기 하치장을 방불케 하는 배수로에 큰 하수관을 묻는다고 대수랴, 비라도 퍼부으면 쓰레기 더미와 함께 범람해 아수라장으로 변할 모습이 눈에 선했다. 100년씩 썩지 않고 쌓여갈 플라스틱 잔해들이 도로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황량한 풍경에 걱정보다 공포심이 앞섰다. 이런 열악한 상황을 계몽하고자 국제 교육지원단체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선의 경험에 따르면 학교에서 기껏 생활 규범을 가르쳐봐야 하루아침에 도루묵이 된다고 한다. 가정으로 돌아가면 무지한 부모가 교육을 묵살해버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지교사들은 박봉을 벌충하기 위해 돈을 받고 컨닝을 눈감아주는가 하면 시험문제를 학생에게 팔아넘기기까지 하니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한 나라 국민성을 싸잡아 폄하하는 일 또한 무식한 짓이지만, 그럼에도 캄보디아 쓰레기 문제는 전국적으로 위험수위다. 자연에 역행하고서 벌을 받지 않는 경우는 결코 없으니, 머지않아 막대한 비용을 치르게 될 터이다. 세계최빈국 캄보디아 현실로 보건대 교육 문제만은 아닌 듯싶다. 가르침이란 살림이 넉넉해진 다음의 일이라고 했던 공자님 말씀이 아니더라도, 일용할 양식이 화두인 사람들에게 준법과 도덕률을 강요하는 게 과연 온당한 일인지. 지방에서도 쓰레기 요금징수제로 수거차량을 운영하지만 동참하는 가구가 거의 없다. 제 식구 목구멍으로 넘길 수만 있다면 멀쩡한 신상품을 쓰레기로 만들어 가져가는 일도 서슴지 않는 실정이니, 쓰레기를 수거해오는 사람에게 소액이나마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부터 실시한다면 효과를 거둘 수 있으려나?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