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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노인을 위한 나라
“아범 좀 깨워라” “어머님이 깨우셔야죠” 아침잠을 이기지 못하던 남편,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를 두고 고부간 실랑이 벌이는 게 한동안 우리 집 아침 풍경이었다. 결국 짜증유발확률이 가장 낮은 어린 딸아이 몫으로 돌아갔지만.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 소위 ‘아침형 인간’이 되지못해 안달하던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노화현상으로 새벽잠이 없어지자, 마침내 평생의 노력이 결실을 이루었다며 기뻐하는 대목이 나온다. (남편도 결국 해내고 말았다!) 덧없는 세월과 함께 육체의 풍화는 누구도 비켜갈 수 없으리라.
나이 들어감에 따라 정신세계 또한 변모해간다. 얼마 전 허먼 멜빌 소설 <모비딕>의 모티브가 된 실화를 영화화한 <하트 오브 더 씨>를 보았다. 80톤 고래와 사투를 벌이다 조난되어 94일 동안 망망대해를 떠도는 표류기로, 실제 19세기 최악의 해양참사로 기록된 사건이다. 굶주림과 갈증, 생사를 넘나드는 시간은 계속되고 동료가 하나 둘씩 죽어간다. 처음엔 수장시키려하지만 그 시신을 먹는 방법 외에 살아남을 길이 없다는 현실을 이내 받아들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제비뽑기를 해 살아있는 동료를 죽임으로써 굶주림을 해결한다. 끝까지 살아남아 구조된 몇몇은 표류 도중 가망 없는 상태로 무인도에 기착한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구조선을 보낸다. 성장기나 청년기에 이 영화를 보았다면, ‘뱃놈들이란 악한이구나, 그나마 의리는 있네’ 극단적인 혐오감과 일말의 안도감이 교차했겠지만, 장년기 입장으로선 ‘선악의 경계란 얼마나 무의미한가,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존재할 뿐이지’ 싶었다. ‘어떤 사람은 죄를 짓고 난 후에야 평소와 다른 선행을 베풀게 되지’ 싶기도 했고. 정의감 같은 감정은 젊었을 때 더 강렬할 수 있겠지만, 나이 먹으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기도 하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눈치가 는다는 건 좋기도 하고 한편 나쁘기도 하다.
노년은 우리 모두의 미래다. 100세 시대에 즈음하여 품위 있게 늙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예전에는 한 노인의 죽음을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에 비유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오랜 인생 경륜을 드러내는 게 자칫 꼰대노릇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며느리도 몰라’라는 말도 옛말이다. 시어머니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시쳇말로 네이년(네이버 검색)에게 물어보면 모든 게 척척이다. 오히려 첨단문명은 청년에게 배울 수밖에 없으니 노인들 설 자리는 점점 협애해질 수밖에. 한 조사에 따르면, OECD 14개 국가 중 한국의 경우 부모와 자녀의 만남 횟수를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변수가 부모의 소득이고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그런 역학관계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누구나 혐오해 마지않는 ‘노인꼰대’란 자식조차 외면하는 ‘빈곤’에 ‘무지’가 더해져 탄생하는 괴물일 테다. <하트 오브 더 씨>의 선원들과 다를 바 없이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다. OECD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은 절대빈곤 사회에서 노추(老醜)는 당연한 귀결이다. 노인 생존권 보장 없는 노년의 존엄을 과연 기대할 수 있겠는가./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