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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사소함에 관하여
바늘 끝으로 찌르는 듯 따가운 4월의 프놈펜 햇살, 촌부(村婦) 우리 어머니가 보셨더라면 “아이고, 볕이 아깝다”고 탄식하셨을 터이다. 덕석에 고추 널랴, 장독대 열어젖히랴, 가지며 호박이며 젖은 볏단 말리랴, 동동걸음 치곤 하셨으니. 나도 임자 없는 햇빛 호사나 할까싶어 베개를 솜째 빨아 널었다. 짜부라든 솜이 쨍쨍한 햇빛을 받아 구름처럼 몽글 몽글 부풀어 오른 것을 끌어안는 재미란.
인생의 즐거움은 대부분 사소한 것들에 있다. 새 컵의 라벨이 깔끔하게 쏙 벗겨질 때, 뾰루지가 말랑한 좁쌀처럼 톡 빠져 나올 때, 벗어 던진 양말이 빨래통에 쏙 들어갈 때, 우리는 속으로 ‘앗싸’ 작은 탄성을 지르게 된다(모서리에 두어 번 부딪치다 아슬아슬하게 골인할 때가 더 재미지다). 비유가 좀 뭣하지만, 원숭이가 봄날의 햇빛을 즐기며 서로 이를 잡아주는 것으로 소일하듯, 소소한 일상은 우리를 순수한 상태로 돌려놓는다. 심오한 의미를 찾으려는 것도 아니고 서로를 소진시키는 경쟁심 따위와 무관하기 때문이리라. 도스토예프스키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에서 인생을 이끄는 자잘한 실생활의 의욕을 ‘생활욕’으로 묘사한다. “여기엔 지성도 논리도 없어. 다만 내부로부터 솟구쳐 오르는 불가항력적인 사랑일 뿐… 결국 생활욕이 어떤 지독한 상황에서도 삶을 지속하게 한다” 고.
인생의 괴로움도 역시 사소한 것들에 있다. 구취 때문에 승진에서 누락당한 여성간부가 많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제멋대로 처신하는 게 권력의 징표로 통하기도 하는 남성계에서는 다를지 모르지만, 여성계에서는 미미한 결점이 업무능력과 무관하게 결정적인 사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긴 조건이 거의 완벽한 남편감이었으나 ‘코를 그르렁거리다 종종 삼키기’도 하는 버릇 때문에 결혼을 파기한 여자도 있었으니. 대단한 이벤트보다 무심해 보이는 작은 행동에서 더 많은 진심이 느껴지듯, 사랑의 성패 역시 사소한 것들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우리를 진정 귀찮게 하는 것은 작은 것들이다. 코끼리를 피할 순 있어도 파리를 피할 순 없다.’, ‘우리를 진정 화나게 하는 것은 작은 것들이다. 산 위에 올라앉을 순 있어도 압정 위에 앉을 순 없다.’… 어찌 다 주워섬길 수 있겠는가.
때로는 그 사소함이 죽음을 부르기도 한다. 평생 ‘폭력’을 주제로 연구한 정신의학자 ‘제임스 길리건’ 교수가 미국의 살인죄 재소자를 상대로 심층인터뷰를 했는데, 범죄의 진짜 이유를 설명할 때 “그놈이 나를 깔보았다”는 표현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한다. 운전하면서 거슬리게 경적을 울려대서 권총을 쐈다는 사람, 피로연장에서 마음대로 연주를 멈추었다고 총격전을 벌인 사람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주 오르내리는 캄보디아 총격사건들로 보건대, ‘사소한 무시’가 폭력으로 이어지는 행태는 미국만의 경우가 아닌 게 분명하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천국으로도, 지옥으로도 인도하는 듯싶다. 인생을 좌우하는 건 거창한 그 무엇 보다 사소한 것들이 아닐까.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