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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진짜 공주, 진짜 공주병
안데르센 동화 <공주와 완두콩>. 옛날 자신이 정한 ‘진짜’ 공주 기준에 딱 맞는 여성과 결혼하기 위해 온 세상을 뒤지던 왕자가 있었다. 어느 날 밤 진짜 공주를 자칭하는 여인이 나타나는데, 그녀를 시험해볼 겸 하룻밤 묵게 한다. 왕비는 침대 맨 밑에 완두콩 한 알을 넣고 매트리스 20장 위에 오리털 요 20장을 더 쌓아 높다란 잠자리를 마련해준다. 다음날, “침대 밑에 뭔가가 배겨서 밤새 한숨도 못 잤다”는 여인의 불평을 듣고 드디어 진짜 공주를 찾았다며 청혼한다.
부의 세습이 점점 견고해지는 탓인지 재력가 자제들이 현대판 공주와 왕자라도 되는 양 뉴스에 오르곤 한다. IT 재벌 빌 게이츠가 물고기를 물려주는 대신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치려고 했던 선친의 뜻을 이어받아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1000만 달러(약 120억 원)씩만 물려주겠다고 했다던가. 미국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부동산 갑부인 아버지에게 ‘350억 원만 빌려 달라’고 해 자수성가했다던가. 그들 전체 자산에 비하면 그야말로 ‘푼돈’에 해당하는 금액이라 스스로 대견해하며 유세를 떠는지 모르지만, 그만한 돈을 평생 구경조차 하기 힘든 서민으로선 그리 유쾌하지 않다. (사실, 사람 약 올리는 방법도 가지가지구나 싶다.)
진짜 공주얘기도 있다. 태국 국내총생산(GDP)의 10%에 이르는 자산가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왕인 푸미폰 아둔야뎃의 둘째 딸 ‘마하 짜그리 시린톤’ 공주. 그녀가 이곳 캄보디아를 방문해 사흘 동안 사용할 전용화장실을 설치하는 데 4만 달러이상 들였다는 것이다. 캄보디아인 평균연봉의 수십 배에 달하는 액수로, 비정부기구(NGO) 통계상 캄보디아 화장실 보급률은 20%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공주를 비롯한 태국 왕가는 지난해 캄보디아 밀림지역 라타나키리에 25만 달러 상당의 건강센터를 지어 주었다. 오지의 건강센터 준공식이 일정에 잡혀있어 공주 입장을 배려한 처사인 듯하다. 어쨌든 25만 달러를 기부하는데 임시화장실 비용으로 4만 달러를 썼으니, 좋은 일을 하고도 캄보디아 국민의 공분을 사고 말았다. 일반인이 그렇게 유난을 떨었다면 ‘사회성 장애’ 즉, ‘공주병’ 쯤으로 치부할 수 있겠으나, 진짜 공주가 그랬다니 ‘공주답다’고 해야 하려나.
<공주와 완두콩>에서 진짜 공주를 알아보는 데 완두콩 한 알이면 충분했다. 동화니 과장을 했겠지만, 매트리스 스무 겹과 요 스무 겹 밑의 콩알이 배기는 건 아무나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아니다. 왕자와 왕비는 극도의 예민함이야말로 진짜 공주의 징표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예민함이란 곧 총명함과 같다고 여긴 듯하다. 어리석은 사람을 두고 ‘둔하다’고 하지 않던가. 왕이 직접 통치하던 시절 얘기이고 보면 저 밑바닥 백성의 고통까지 헤아릴 수 있는 섬세한 마음씨야말로 공주가 갖춰야할 기본 덕목이었을 법도 하다. 아직도 ‘공주병’은 불치병이라고 한다.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불편한 심경까지 보살필 줄 아는 게 진짜 공주병이라면, 그런 환자가 많을수록 세상이 환해 질 듯…/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