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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합창
“넌 나쁜 여자야~” 내 뒤통수에 대고 구성지게 불러대는 한국 가요에 놀라 돌아보니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던 캄보디아 직원이었다. 노래엔 으레 메시지가 실리는 법, 인간성은 어떻게 해도 드러나게 마련이라 뜨끔했다. 캄보디아인의 노래 부르기 좋아하는 습성은 못 말릴 수준이다. 작업장마다 노래 좀 자제하라고 신신당부해야 할 정도니. 누군가 흥얼거리기 시작하면 하나 둘 따라 부르다가 이내 합창으로 바뀌곤 해 이웃과 소음공해 시비를 일으키기 일쑤인 것이다.
특이한 노래인생을 그린 영화 <파리넬리>는 18세기 유럽을 풍미한 카스트라토의 일대기다. 성가대 합창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인생을 비관한 한 카스트라토가 자살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여자여, 잠잠하라’는 성경구절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였던 17,18세기만 해도 여성은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 카스트라토가 당시 성가대나 오페라의 여성음역을 대신했다. 카스트라토는 변성기에 이르기 전의 소년을 거세하여 성대 순의 성장을 멈추게 한 남성 가수를 일컫는다. 여성의 높은 음역에 남성적인 힘이 더해져 가장 이상적인 목소리로 칭송받았다. 2세기에 걸쳐 수천 명의 소년이 카스트라토로 희생되었으니, 이쯤 되면 천상의 화음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집요함을 넘어 잔인한 수준이랄 수밖에.
한국 선교사님이 이끄는 프놈펜의 한 미션스쿨 합창 발표회에 다녀왔다. 어린이 합창단을 대하면 노래가 주는 ‘감동의 양’만큼이나 ‘노고의 양’이 느껴진다. 곡 에 대한 교육을 비롯하여 발성, 성부연습에 하모니를 이끌어내기까지 천방지축 아이들과 함께 거쳤을 지난한 시행착오의 과정 때문이리라. 스무 명 남짓 어린 캄보디아 학생들로 구성된 단원의 모습에서 옛 학창시절 친구들의 모습이 겹쳐졌다. 언제나 음악을 즐기던 환한 얼굴, 노래를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덤덤하던 얼굴, 목소리는 평범하나 열의에 넘치던 얼굴, 타고난 소리꾼이지만 거드름 피우던 얼굴, 집단에 매이지 않으려던 시큰둥한 얼굴… 누구나 한번쯤 학창시절에 합창대회 비슷한 것을 치러봤으리라. 어울려 연습하면서 서로의 진면목을 깨알같이 알게 되었던 기억. 지휘자와 단원 간 허심탄회한 분위기가 아니면 좋은 노래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기억. 들쑥날쑥 될 성 부르지 않은 화음으로 무대에 올랐다가 그럴싸하게 해내 서로에게 감동했던 잔잔한 성취욕에 대한 기억.
합창을 통해 얼마나 풍성한 인간적 공감을 맛봤던가. 생각해 보면 내 빛깔을 잃지 않으면서 전체를 빛나게 하는 하모니의 완성과정은 음악보다 커뮤니케이션에 가까웠던 것 같다. 일상에서 유리된 SNS에 빠져 지내느라 이런 소소한 재미를 놓치고 사는 게 아닌가 싶다. 현대인의 우울은 매뉴팩처에 의한 ‘노동의 소외’만큼이나 상품 가치가 없는 무대를 없애버린 ‘예술의 소외’에 기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프놈펜 한인사회도 소속별로 합창단을 만들어 정기 경연대회를 갖는다면 소통이 잘 될 듯한데, 너무 구식인가요?)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