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고] 캄보디아에도 가을이 옵니다

기사입력 : 2016년 01월 11일

벌써 가을이 다가 옵니다. 가을이라고 해도 한국의 가을 같은정취는 없지만, 그래도 새벽녘 차가운 바람이 창문을 스며들어
홑이불이라도 그리워질 때면’ 아! 캄보디아에도 가을이 시작되는구나’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조금 서늘하게 느끼는 날씨에도 이곳 사람들은 추워서 덜덜 떨며, 어디서 찾아냈는지 잠바라고 하기에도 우스운 두꺼운 옷들을 둘둘 감고 다니는 것 같습니다.

이곳은 추울(?) 때가 약 20도 정도, 더울 때가 40도 정도이니 차이가 약 20도 정도가 납니다. 한국은 추울 때는 -20도, 더울 때는 30도 정도니 차이가50도 정도죠. 그러니 온도에 대한 감각도 다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것을 생존지수라고 하는데 캄보디아는 생존지수가 낮으니까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을 가능성은 참 낮은 그냥 생존하기에는 매우 좋은 나라입니다. 티셔츠 하나,
반바지 하나, 슬리퍼 하나, 양말은 필요 없고 이불은 그냥 두꺼운 수건 정도.난방은 필요 없고 냉방은 그늘 밑으로 가면 됩니다. 먹는 것도 이것저것. 과일도 먹고 개구리 도마뱀, 어떤 때는 곤충을 잡아 튀겨 먹고… 그냥 편하게 사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캄보디아가 좀 야만틱한 나라로 그려지는 것같습니다.

처음 캄보디아에 왔을 때는 가을이 오는지 봄이 오는지 아니면 여름이 오는지알 수가 없었습니다. 맨날 덥기만 하고 그날이 그날이고 해서 날짜가 가는 것조차 알 수 없어서 너무나도 지루하고 무의미했습니다. 심지어는 뭔가 긴장이있던 월요일도 몰랐고, 지루해 오던 목요일도 느끼지 못했고 그리고 아버님 기일은 고사하고 내 생일조차 무심하게 지나칠 뻔한 적도 있었습니그런 날들이 지나가고 저에게도 캄보디아의 날씨가 눈에 들어오고 새싹이 보이고 낙엽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캄보디아 사람다운 시간의 흐름이, 삶의굴곡이 그리고 감정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이게 다 노력의 결과입니다. 제가이곳에서 나머지 삶을 보내며 나름대로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물위에 뜬 기름이 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거든요.

들판에 가보면 모내기를 하는 한편, 추수를 하는 것이 보입니다. 생과 사가 엉켜 돌아가는 윤회를 한눈으로 확인하는 거죠. 더러운 쓰레기가 썩어가는 연못에서 그 놀라운 환상처럼 피어나는 연꽃을 보며 추와 미가 다른게 아닌 일체라는 것도 느끼게 됩니다. 이런 부분에서 저는 이 나라의 문화와 사상을 이해하고, 삶을 이해하며 그리고 놀랍게도 존경하기도 합니다. 요즘 저는 이런 흐
름 속에서 캄보디아를 이해하고 이들의 사상을 느끼며 그리고 몸담고 있는 이땅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이 험한 질곡의 역사 속에서도 아직도 주님이 남겨놓은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도 가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