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heers] 상한 영혼을 위하여

기사입력 : 2015년 12월 15일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 고정희의‘상한 영혼을 위하여’전문 -

* 날이 갈수록 암담하다. 정치도, 경제도, 민심도, 삶도… 좀 나아져야 사람 사는 맛이 나는 법인데, 아귀다툼 싸움질에 하루하루가 병들어 간다.‘국민을 슬프게 하는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는 전국시대 현자의 말이 쓰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