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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격세지감의 10년
10년 전, 5층 정도 건물에 올라가면 프놈펜 시내 사방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10층이 넘는 건물이래야 인터콘티넨털호텔을 포함해서 열 손가락으로 다 꼽을 정도였다. 지금 5층 건물에 올라가서 시내를 둘러보면 바로 몇 백 미터에서 시선이 멈춘다. 곳곳에 상업용 빌딩과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스카이라인이 확 바뀌었다. 시내 공터와 낡은 주거지역에도 새 건물이 들어서 시내가 한결 산뜻해졌다. 시내에 있던 호수는 대부분 매립되어 택지나 공원으로 바뀌고 몇몇 지역은 집단 주거지가 되었다. 프놈펜 시가지도 점점 확장되고 있다. 시 외곽 지역의 논이나 늪지대에는 상업용 건물이나 주택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땅값이 10년 사이 몇 십 배 오른 곳도 있다고 한다.
10년 전에는 프놈펜 시내 어디를 가든 자동차로 30분이면 족했다. 지금은 1시간 가까이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고 교통체증에 막히면 불과 1~2km 통과하는 데 20~30분이 걸리기도 한다. 도로가 정비되고 있긴 하지만 10년 전에 비해 몇 배로 늘어난 자동차와 오토바이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특단의 대책이 세워지지 않는 한 프놈펜의 교통체증 문제는 해소되기 어렵다. 지방의 교통 문제도 심각하다. 10년 전에 비해 조금 좋아졌을 뿐, 국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로가 비포장 상태로 있고, 교량이 부족해서 크루즈선으로 사람과 물류 이동이 되는 곳이 많다. 이러한 도로 사정이 주민 생활과 경제 활동에 큰 제약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다.
10년 전에는 사무실이나 집에서 인터넷망을 쓰는 데 몇 백 달러를 지불해야 했다. 지금보다 10배 이상 비쌌다. 인터넷 속도까지 감안하면 100배 이상 비쌌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는 물론 웬만한 식당이나 카페까지 와이파이가 시원스럽게 터져서 인터넷과 전화 사용이 무척 편리해졌다. 무엇보다도 엄청나게 달라진 것이 전화기 보급이다. 10년 전에는 프놈펜 시내 도로변 곳곳에 사설 전화 부스가 즐비했었다. 요금을 내고 전화를 빌려 통화하는 것이 일상 풍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청소년과 성인이라면 전화기 없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그것도 대부분 다양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 가게가 시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구멍가게만큼이나 많다. 전화 보급이 캄보디아 경제 활동의 큰 축을 형성하는 하게 된 것은 물론 사람들의 생활과 의식까지 바꿔 가고 있다. 통화를 하고 메시지를 주고받고 사진을 찍고 음악을 듣고 정보를 교환하고 게임을 하는 등 일상생활의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과 함께 한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별로 없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마법의 상자가 하나 생긴 셈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함으로써 철저히 현 정권 편에서 기능하는 TV와 라디오, 신문에 의존하던 국민들의 시각이 새롭게 바뀌고 있다. 현 정권이 제일 무서워하는 부분이다. 요즘 프놈펜 시내는 물론 시골 구석구석까지 휴대폰을 이용해 돈을 보내고 받는 서비스도 생겼다. 돈을 보내면 전화기로 본인 확인을 거쳐 돈을 내 준다. 가까운 곳에 점포가 있고 수수료가 저렴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
외형상으로 캄보디아는 최근 10년 사이에 엄청나게 변했고, 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건설 업종과 서비스 업종 중심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외국 자본이 선도해 나가고 있다. 고용 창출에는 어느 정도 기여를 하고 있지만 개발과 발전에 따른 이익은 일부 부유층과 권력자, 외국인에게 주로 돌아간다. 이에 따라 빈부격차가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