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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아웅산 수지
미얀마하면, 1983년 당시 버마를 방문 중이던 전두환 대통령 일행의 암살을 시도한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사건이 떠오른다. 북한의 소행이었지만 유쾌한 인상은 아니다. 국빈급 인사들이 으레 참배할 정도로 미얀마 독립 영웅으로 추앙받는 아웅산 장군의 친딸인 ‘아웅산 수지’여사를 떠올리면 사뭇 달라진다. 단아한 자태와 뒷머리에 장식된 생화로 압축되는 그 이미지는 미얀마의 민주화 열망을 세계에 각인시키고도 남음이 있으니. 조국의 독립을 눈앞에 둔 1947년 7월 아침, 화단의 난초를 꺾어 두 살 생일이 갓 지난 딸의 머리에 꽂아주고 집을 나섰다가 정적에 의해 암살당했던 아버지를 기리고자 꽂는 꽃이라니 더욱 그렇다.
아웅산 수지(70)는 그렇게 아버지를 여의고 인도 대사로 부임한 어머니를 따라 열다섯 살에 조국을 떠나면서 해외를 떠도는 긴 여정에 오른다. 옥스퍼드대 유학 시절 영국인 티베트 전문가 마이클 에어리스의 열렬한 구애를 받는다. “언젠가 조국이 나를 필요로 하면 헤어질 수밖에 없다.”는 조건으로 결혼한다. 한 남자의 아내로 두 아들의 어머니로 버마와 상관없는 평범한 삶에 안착하는 듯하던 어느 날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날아온다. 노모 병수발을 위해 귀국한 1988년, 수도 양곤에서는 군부독재와 인권유린을 규탄하는 시민과 학생 시위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영웅의 딸인 당신이 우리를 이끌어 달라”는 민주화 세력의 추대에 운명적으로 정치 투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군부의 철저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야당세력을 망라한 민주주의 민족동맹(NLD)를 이끌기에 이른다.
괴테는 세상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기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단 머리가 좋아야 하고, 또 하나는 대단한 유산을 물려받아야 한다. 대단한 유산이란 나폴레옹에겐 프랑스 혁명, 루터에겐 부패한 교회에 해당하는 것으로 ‘시대적 소명’을 뜻한다. 많은 중대사가 그렇듯이 위인 역시 우연에 의해 탄생된다는 것이다. 선친의 후광과 미얀마의 민주화 숙원이 아웅산 수지에게 주어진 위인의 요건으로 비친다면 너무 앞서가는 것일까. 아웅산 수지가 이끄는 야당이 25년만의 자유총선에서 군부독재를 종식시킬 수 있는 과반의석을 차지했다. 미얀마의 민주화는 정치가 낙후한 인도차이나 민중에게 희망을 줄 뿐만 아니라 세계의 무단적인 독재정권에 경종을 울리는 면에서 커다란 의미를 지닌다. 대통령 피선거권마저 허용되지 않는 현행법과 시스템을 장악한 군제, 소수민족 간 갈등, 경제파탄 등 당면과제가 산 너머 산이다. 버마 국민은 군부의 핍박을 한 몸으로 받는 가녀린 듯 강인한 수지여사의 이미지에서 커다란 위안을 얻으며 반세기가 넘는 독재를 참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아웅산 수지는 그녀 머리에 꽂힌 화사한 생화만큼이나 상징적인 존재다. 공공의 적에 맞서는 대중을 매료시키기란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대중의 실생활을 만족시키기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이다. 그녀가 현실통치의 도전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분수에 넘는 걱정과 함께 기대, 응원의 감정들이 뒤섞인다.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