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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난 영국총선에서 켄트지역 한 선거구에 출마한 폴 데니스는 개표결과가 ‘0표’로 나오자, “나는 분명히 나를 찍었다.”며 재개표를 요구했다. (아버지와 아내도 나를 찍었다고 맹세했다며…) 도도한 세파를 헤쳐 나가는 개개인의 역사를 좋아하고 위인의 전기라도 보통에 못 미치는 약한 구석에 끌리는 사람이라, 내가 역사를 쓴다면 폴 데니스같은 인물에게 기꺼이 지면을 할애할 것이다. 첨단시스템의 의표를 찌르며 거대권력에 대항하는 저 익살스럽고도 태평스런 배짱이라니.
외국에 나와 살다보면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된다. 아이들이 캄보디아 국제스쿨에서 중등과정을 이수할 때 역사 수업 방식도 그 중 하나다. 배우 율 브리너를 연상시키는 호주출신 선생님께서 세계 현대사를 가르치셨는데, 기준으로 삼는 교과서가 있긴 했지만 중요한 사건을 다룰 때는 전혀 다른 사관의 책에서 발췌한 자료와 비교 분석한 후 에세이 테스트를 했다. 미국 남북전쟁처럼 발발 원인이 분분한 경우는 당시 주요 신문사설과 만평까지 참고할만한 것은 모두 동원되었다. 현대사는 검증이 불확실한 고대사와 달리 확실한 기록과 증언, 증거로 얼마든지 실증이 가능한 대신, 현재 우리 삶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탓에 해석 일치를 보기 힘들다. 그런 현대사의 특성과 한계를 십분 살린 셈이다. 수업 중에 오고간 다양한 역사 진단이 가족 간 갑론을박으로 이어져 역사수업이 든 날 저녁식탁은 화제가 풍성했다. 교과서에 나온 대로 달달 외워 선다형시험에 대비했던 우리 실정과 달리 역사에 대한 다각적인 사유를 유도하는 방식이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문제로 논란이 뜨겁다. 박정희 대통령 행적 미화를 통한 현대사 왜곡을 우려하는 분위기 속에 역사해석을 독점하려는 정책에 국민의 반발이 커지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패배주의 사관을 바로잡기 위한 단일교과서 당위성을 연이어 강조하고 있다. 최근 독일 메르켈 총리의 행보와 사뭇 대조적이다. “팔레스타인 성직자가 독일 히틀러에게 유태인을 추방하지 말고 모두 태워버리라고 홀로코스트(유태인 집단학살)를 부추겼다.”며 홀로코스트 책임을 팔레스타인에 전가하는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역사왜곡 발언에, “홀로코스트의 책임은 우리 독일의 책임이며, 우리는 교훈을 가르치기 위해 역사책을 바꾸진 않을 것이다.”고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응수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의해 자행된 홀로코스트는 1945년에 끝났지만, 피의 악순환을 끊으려는 독일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성숙한 역사관과 책임의식을 강조한 이 시대 메르켈 총리에 이르기까지. 바꿀 수 없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도 용기에 속한다. 세계대전 피해 국가들이 속해있는 유럽연합(EU)을 주도하며 관대한 난민 포용정책을 펼치는 등, 역사책을 바꾸는 대신 새로운 역사를 창출하는 행보로 독일의 발전과 이미지갱신을 위해 매진하는 모습이다. 언청이 손자를 본 할머니가 자기 집이 ‘언청이 네’로 불릴까봐 서둘러 담장 가득 개나리를 가꿔 ‘개나리 집’으로 불리게 했다는 동화 속의 지혜로운 할머니처럼.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