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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공부 습관에 달려 있다
며칠 전에 프놈펜에서 한국어능력시험(TOPIK)이 있었다. 시험 당일 아침, 시험이 시작되려면 서너 시간이 남았는데 일찍부터 시험장에 가겠다고 학교 앞에 나와 교통편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집 안에까지 들렸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시험에 자신있는 학생은 물론이고, 겨우 합격선 언저리에 있는 학생들까지 마치 소풍가는 아이들처럼 들떠 있는 표정이었다. 시험 때문에 불안해하거나 걱정하는 모습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았다. 시험을 앞둔 학생들에게 긴장하지 말고 자신있게 시험을 보라고 안심시키고 당부한 결과일까? 아니다. 이것이 캄보디아 사람들의 심성이다. 무엇을 해 내야겠다는 집착이 약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 결과로 나올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걱정도 크지 않다.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 고사장을 빠져 나오는 학생들 표정이 멋진 공연을 보고 나오는 것처럼 환했다. 낙담한 표정을 거의 찾을 수 없었다.
학력 수준이 낮은 학생들에게 학습 성취도를 높여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캄보디아 글자조차 모르는 학생, 기초 학력이 현저히 낮은 학생,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는 학생 등을 대상으로 단기간에 일정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교육 방법과 학습 체계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이 학생들에게 성취 동기를 불러일으켜 주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하는 일이다. 오랜 교육 경험으로 보면, 학생들의 학습 효과는 가르쳐 주는 것 30%, 자기 스스로 공부하는 것 70% 정도로 그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자율 학습과 개인별 학습 방법을 익히게 하고 학습 분위기를 잡아 주는 것이 학습 효과를 높이는 최선의 길이다. 공부할 시간이 되면 알아서 책상에 앉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의 채찍질이 아니라 스스로의 채찍질로.
캄보디아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공부를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이 많이 나온다. 학습 목표나 성취 욕구가 약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학습 방법을 몰라서 그렇다. 학교나 집에서 공부에 몰입하는 습관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특별한 목적이나 목표를 세워 공부를 시작해도 얼마 못 가서 학습 의욕을 상실한다. 교과서 한 권 들고 수업 시간에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것이 캄보디아 학생들의 일반적인 학습 태도다. 공부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도 하지만 학습 집중도가 낮기 때문에 개개인의 학습 성취도가 극히 취약할 수밖에 없다. 매년 80% 정도가 합격하던 시험에서 갑자기 컨닝을 철저히 차단한 결과 25% 내외의 합격자를 냈던 지지난 해의 고등학교 졸업 자격시험이 캄보디아 학생들의 이런 현실을 여실히 증명해 준다.
“문제가 많고 시간이 부족해서 잘 못했어요.”
“공부는 쬐금…놀기는 많이…시험 잘 볼 수 있을까?”
“ㅠ ㅠ ㅠ”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두세 배 더 공부해야 따라갈 수 있을 거야. 너는 여기서 배운 게 별 로 없잖아?”
캄보디아에서 대학을 마치고 한국에 유학 간 학생과 오늘 나눈 카카오톡 대화다. 여기서 하던 대로 축제란 축제는 다 쫓아다니고(10월엔 참 축제도 많다!) 어떻게 제대로 공부를 했겠는가. 길게 잔소리를 써서 보냈지만 그게 귀에 박힐지 모르겠다. 그러나, 캄보디아 사람이라고 한국 사람과 다르지 않다.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 주고 옆에서 조금만 도와주면 학습 성취도를 충분히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이번 한국어능력시험을 치른 학생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