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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예의범절
“소장님 계세요?”
“소장님 지금 안 계십니다.”
“지금 전화 받는 사람 이름이 뭐예요?”
“제 이름은 0000입니다.”
“내 이름은 한강우라고 하는데 내가 누군지 알아요?”
“아, 네, 압니다.”
“일은 잘 하고 있어요?”
“네….죄송합니다, 선생님!”
얼마 전, 한국에서 5년 동안 일하고 돌아와 캄보디아 소재 한국계 공장에서 일하다가 회사가 문 닫는 바람에 실직을 당한 캄보디아 젊은이 하나가 나를 찾아왔었다. 취직을 부탁하러 온 것이었다. 마침 한국어를 잘 하는 직원을 찾는 곳이 있어서 바로 전화를 걸어 약속 시간을 정해 주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빼놓지 않는 ‘약속 시간에 늦으면 안 되고,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인터뷰가 끝나면 그 결과를 전화로 알려 달라.’는 말을 반복하고 강조해서 교육을 시킨 다음 인터뷰를 하러 보냈다.
그러나, 인터뷰를 하러 보낸 지 수일이 지나도 답신 전화는 오지 않았다. 내가 상대한 캄보디아 젊은이의 십중팔구는 이렇다. 일자리를 부탁할 때는 간절한 표정이 역력하지만 뒤처리를 잘 할 줄 모른다. 취직이 됐다는 감사의 인사가 됐든,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잘 안 됐으니 다시 좀 알아봐 달라는 부탁의 말이 됐든, 보내고 나서 결과를 기대하지만 그렇게 하는 캄보디아 사람은 매우 드물다. 오늘 통화를 한 사람도 그 중의 하나다.
한국에서 전화가 왔다. 몇 달 전에 캄보디아에 와서 프놈펜 외곽에 사는 가난한 아이들에게 선물과 음식을 사 주고 시내 구경까지 시켜준 다음, 우리 학교에 찾아와 어려운 학생 하나를 추천 받아 장학금을 주고 간 고마운 분이었다. 그분으로부터 나에게 전화를 한 사유를 듣고는 마음이 씁쓸해졌다. 내가 추천해 준 학생이 곧 한국에 취업해 들어가기로 확정됐는데 한국에 가기 위해 필요한 돈(700달러)을 좀 보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얼마나 절박하면 한국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했겠느냐고 그분이 안타까워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돈이 있는 듯이 보이는 외국 사람한테는 무조건 손을 벌리고 보는 캄보디아 사람들을 많이 보아 왔기에.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그 학생이 돈이 없는 건 맞습니다만, 한국에 취업해 가기로 확정된 사람이라면 주위에서 돈을 좀 빌리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한 달 월급만 받으면 충분히 갚고도 남을 액수라 주위사람들이 흔쾌히 빌려 줍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부드러운 미소, 캄보디아 사람을 처음 대하는 한국 분들이 자신의 첫인상을 흔히 이렇게 표현한다. 그러나, 조금 더 지나다 보면 인사나 감사를 표하는 데 인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들과 오래 살다 보면 기본적인 예의범절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와 그들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