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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여기는 캄보디아다
이제 막 잠자리에 들 시간인데 뒷집 개들이 연실 짖어댄다. 세 마린지 네 마린지 알 수 없는 놈들이 합창을 하면서 짖어댄다. 들고양이가 얼씬대며 신경을 거슬린 모양이다. 저녁이야 그런 대로 참을 만한데 가끔은 한밤중이나 이른 새벽에 짖어대서 잠을 설치게 만들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집 마당에 똥을 한 무더기씩 싸 놓기도 해서 청소하는 친구를 욕먹이기도 한다. 개 주인에게 한 마디 해 주고 싶지만 참는다. 여기는 캄보디아다.
아침 산책길에도 흔히 개를 만난다. 보신탕용은 충분히 됨직한 몸집을 가진 놈들이라서 발길을 멈추고 경계하기 일쑤다. 자기는 반가워서 그러는지 모르지만 슬금슬금 따라오면 겁이 나서 온 신경이 개에게 쏠린다. 아는 분들 중에 걸어가다가 개에 물린 경우가 있고, 우리 매니저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개에 물린 적이 있어서 늘 조심한다. 이놈들이 집 밖으로 자유롭게 배회하고 찻길을 위험스럽게 넘나들기도 하지만 이런 걸 탓하는 사람은 없다. 여기는 캄보디아다.
저녁을 먹고 휴식을 취하려는데 요란한 음악 소리가 집 안팎을 뒤덮는다. 우리의 트로트 비슷한 가요도 있고, 비트가 강하고 템포가 빠른 디스코풍의 음악도 있고, 북한식 발성의 여자 가수의 노래도 있고…바로 옆의 자동차 수리 공장에서 나는 소리다. 하루 일과를 끝낸 수리공들이 음악을 맘껏 틀어놓고 저녁 한 때 스트레스를 푸는 중일 게다. 우리집뿐만 아니라 주위의 여러 집이 수시로 겪는 음악 공해에 휩싸여 짜증이 날 법도 한데 아무도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여기는 캄보디아다.
한국 손님 한 분이 언짢은 표정으로 들어온다. 자초지종을 들어 보니 모토택시(영업용 오토바이) 기사와 요금 시비가 있었다고 한다. 늘 다니던 가까운 거리라 요금이 얼마쯤 되는지 알고 있는데, 요금을 지불하려고 했더니 두 배 이상을 요구해서 언쟁을 벌인 것. 외국인이라는 걸 알고 요금을 올려 받으려고 한 모양인데 그게 너무 심해서 손님의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이다. 여기는 캄보디아다.
이른 아침마다 골목골목 간이 음식점이 문을 연다.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들러서 쌀국수 한 그릇, 고기 몇 점 얹은 밥 한 접시로 아침 식사를 해결한다. 향이 진한 커피가 곁들여 끼리끼리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출근길이 바쁜 사람들은 일회용 그릇과 비닐봉지에 음식을 싸 가기도 한다. 집안에 숯불을 피우고 식재료를 준비해서 아침을 준비해야 하는 수고를 밖에서 간단히 해결한다. 힘든 일을 하기 위해서는 먹는 게 부실한 듯 보이지만 이게 아침 한 끼 식사다. 차량과 오토바이가 흙먼지를 뽀얗게 일으키는 길가라 우리는 감히 음식을 시킬 용기가 나지 않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에겐 아무렇지도 않다. 아침마다 손님들이 띄엄띄엄 모여든다. 여기는 캄보디아다.
갑자기 비가 내린다. 남의 집 처마 밑이나 주유소 주유대 근처로 오토바이족들이 옹기종기 몰려들어 비를 피한다. 장대비를 아랑곳하지 않고 내달리는 오토바이족도 흔하다. 일부 시내 도로가 순식간에 물에 잠긴다. 바퀴가 다 잠겨도 겁먹지 않고 유유히 나다니는 오토바이들. 어느 집은 집안까지 물이 들어온다. 세간을 옮기고 물을 퍼내느라 분주하다. 한국으로 치면 분명히 물난리다. 발목을 넘어 무릎까지 물이 차서 얼른 대피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태연하게 웃고 떠들고…사람들 표정은 평소 그대로 맑다. 여기는 캄보디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