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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 칼럼] 전쟁과 평화
해 질 무렵 프놈펜에 소낙비가 내린다. 부엌 쪽에선 밥 뜸 들이는 냄새가 풍겨오고 창문 사이로 물기를 머금은 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오늘도 저물어가는구나, 적당한 시장기와 함께 설핏 슬픔 한 자락이 끼어들기도 하지만 평화롭기 이를 데 없다. 남북한 전쟁위험에 관한 외신의 요란한 보도 탓인지 이 평화가 더 감미롭게 느껴진다. 숱한 개죽음과 난민 천지가 되고, 오랫동안 공들인 문명과 안락을 한 순간에 파괴해버리는 전쟁 상황과 극적인 대비를 이루어서이리라.
우리 베이비부머의 부모세대는 6.25 전쟁을 겪었다. 학창시절엔 아버지를 슬슬 피하곤 했다. 전쟁 트라우마 탓인지 규칙이나 예의를 무시하고 ‘내 것 확보’를 모토로 행동할 때면 창피했기 때문이다. 전쟁 경험담을 끊임없이 자식들에게 주지시키고자 하는 점도 달갑지 않았다. 갓 입대하여 보직을 정할 때의 에피소드는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여러 번 들었다.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길은 후방 근무가 가능한 운전병밖에 없을 듯한데, 벽촌출신이라 자동차는 구경도 못해본 처지였다. 한 사람 두 사람 다른 지원자가 운전하는 것을 훔쳐보고 뒷줄로 빠지기를 거듭해, 순전히 눈동냥으로 운전대를 잡아 기적처럼 통과했다는 스토리다. 아군도 적군도 모두 시체로 널브러져 적지인지 아닌지 모를 상황에서 애국심이고 이데올로기고, 오로지 직감에 따라 모험한 얘기들도 있고, 전쟁 통에 남편을 잃은 고모님 사연도 빠지지 않는다. 전쟁 후 생계가 막막해진 누이를 서울로 올려 보내는데, 어수선한 시절이라 얼굴에 검댕이 칠을 해 추물로 만들어 고향 땅을 떠나보냈다는 것이다. 다이어트니, 성형이니, 취업이니 하는 신세대 화두를 들먹이면, “우리 때는 뼈만 추스르면 살았다!”고 일갈하실 모습이 눈에 선하다.
부모세대의 6.25 기억과 함께 자란 우리는 전쟁 그림자 세대인 셈이다. 워낙 자주 들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참상만으로도 전쟁 시기에 태어나지 않은 점에 늘 감사한다. 한 신문사에서 2030세대 500명을 대상으로 긴급설문조사를 한 결과 북한도발에 대해 군사대응 필요성이 커졌다고 대답한 젊은이들이 무려 80.4%라고 한다. 휴전 후부터 그래왔듯이,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북측의 치기어린 도발에서 대치정국을 거쳐 타협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겠지만, 전쟁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변화가 사뭇 놀랍다. 허버트 후버의 말이던가, “전쟁은 늙은이들이 일으키고 피는 젊은이들이 흘린다”. 지난 한국전쟁에서 남한군은 25만 명, 북한군 50만 명, 미군 및 유엔 참전국 13만 명, 중국군은 20만 명이 전사하거나 실종되었다. 6.25뿐만 아니라 젊은이의 희생 없는 전쟁이란 없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한국전쟁이 겉으로는 남북 간 내전이었지만, 당시 세계 냉전체제의 대리전으로 치러졌다. 여전히 한반도에 국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마당에, 대부분의 전쟁이 그렇듯이, 사소한 공방전에서 비롯된 격돌의 파장은 예측하기 어렵다. ‘인도주의’라는 거창한 덕목도 있지만, 현실적인 나로서는 아무리 좋은 전쟁이라도 나쁜 평화보다 못하리라는 생각이다.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