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Cheers] 귀 천

기사입력 : 2015년 08월 04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비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 천상병 시인의‘귀천’전문 -

* 인사동 뒷골목에‘귀천’이라는 카페가 있었다. 카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작은, (의자가 겨우 대여섯 개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매상이라도 올려주려고 드나들던 장소였다. 물론 주인은 사모님이다.

**천 시인은 하루 종일 소주를 마시고, 햇볕 잘드는 처마 밑에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다. 중앙정보부에 의해 과장된 사건으로 판명된 동백림사건에 연루되어 심한 옥고를 치룬 후유증으로 시인은 폐인이 되어 버렸다. 그는 가끔 이 시를 읽으며 울었다.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내 영혼의 빈터에/새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내가 죽는 날/그 다음날.//산다는 것과/아름다운 것과/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한창인 때에/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한 마리 새.//살아서/좋은 일도 있었다고/나쁜 일도 있었다고/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