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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아이들 밥그릇까지 건드냐?
지난 1일부터 경남도 내 학교 급식이 유상으로 전환됨에 따라 갖가지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초등학교 80곳, 중학교 29곳, 고등학교 1곳이 그 대상이다. 가뜩이나 적은 학생 수인데다 급식 유료화로 적잖은 학생들이 도시락이나 가정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다 보니 수지를 맞추기 어려워진 상당수 급식 업체들이 급식소 운영을 그만둘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교생들이 도시락을 싸 다녀야 하는 곤란한 지경에 이른다.
경남에선 홍 지사를 규탄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진주 한 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솥단지 급식’이 이틀째 진행됐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 쓴 유상급식으로 괴롭다는 일기도 온라인에서 화제다. 게다가 한 경남도의원은 무상급식 폐지에 대해 항의 문자를 보낸 학부모에게 문자 남발하는 돈으로 급식비 당당하게 내라며 막말하여 파문이 거세다. 학부모를 이해시켜도 부족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니 자질을 의심케 한다. 무엇보다 밥 한 끼 먹는 문제로 어른들끼리 싸우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면 참담하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 한 쪽에서는 학생들 밥도 못 먹이냐는 비판과 또 한 쪽에선 공짜 밥만 원한다며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이 사태의 중심인 홍준표 도지사는 지역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무상급식 중단을 비판하는 학부모 단체를 오히려 ‘종북 세력’이라 단정 짓고,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아이들 밥 한 끼 먹이는 데 종북 운운하며 부정적 인식을 심으려 드는 건 너무 앞서나간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광역자치단체장으로서 무상급식 중단에 대한 사과와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성실하게 설명하고 학부모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옳은 태도이다.
무상급식이라는 용어 자체도 의무급식으로 바꿔 의무교육에 포함시킨다면 이 논란 자체가 불필요해진다. 학교급식은 용어가 무상이지 사실상 무상도, 공짜도 아니다. 시민이 내는 세금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경남도는 지난 8년간 무상급식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이를 파기했다. 도에서 학부모들이 인정할 수 없는 이유를 들먹이며‘강제로’ 예산 지급을 중단했다는 것이 현 사안에서의 중요한 쟁점이다. 복지는 나라에서 시혜적으로 베푸는 것이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4대강이나 자원개발 등에 수십 조 원을 날리고 국민연금까지 건드려 가며 헛돈을 낭비한 것에 비하면 아이들의 밥 한 끼는 그다지 많은 비용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밥 안 주려고 어른들끼리 싸우는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말자. 무상급식에 대한 사회적 국민적 합의를 이뤄 더 이상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의도는 없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