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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캄보디아 TV 방송을 들여다보면
TV를 틀면 70여 개 채널의 방송이 쏟아져 나온다. 이 중에서 캄보디아 방송 채널은 10여 개, 나머지는 외국 방송들이다. 각 외국 방송 채널을 국가별로 분류하면 중국계 방송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태국, 베트남 순이다. 이들 국가나 민족의 캄보디아 거주민수와 영향력, 그리고 국가 관계가 채널수에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케이블TV를 서비스하는 회사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영화나 스포츠, 뉴스를 전문으로 하는 외국 방송이 여러 개 있고, 캄보디아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나라별로 한두 개의 채널을 부여하고 있다. 국가별로 보면 20여 개 국가의 TV 방송이 나온다. 장르별 채널 구성을 하고 있는 한국의 방송과 달리 캄보디아는 국가별로 채널을 부여하면서 여기에 몇 개의 인기 장르를 넣어 70여 개의 채널을 구성하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자국의 방송을 볼 수 있고, 뉴스나 스포츠 영화 등 유명 외국 채널이 있어서 캄보디아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는 여간 편하고 반가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방송의 엄청난 파급력을 고려할 때 이런 방송들을 자유롭게 접하게 되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의 폐해가 더 크다. 각 채널이 특별한 규제 없이 해당국의 영상과 언어로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직접 노출되기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 외국 문화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이고 자국 문화와 외래문화의 혼재로 인한 문화의 정체성 약화가 초래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정부 부처 이상의 권한을 가진 방송통신위원회를 두어 방송 채널의 인허가를 관장하는 것은 물론 편성 내용과 프로그램의 적격성 등을 세세하게 관리하고 감독하게 하고 있다. 그렇지만 캄보디아는 방송사 인허가는 통제하지만 정치적인 문제가 아닌 한 방송 내용에 관해서 심의나 감독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1993년, 한국에서 ‘TV 끄기 운동’이 벌어졌다. 민영 방송인 SBS가 출범한 이후 극심한 시청률 경쟁이 벌어져 방송의 선정성과 상업성, 저질 시비가 잇따르자 시청자 단체가 중심이 되어 TV를 보지 말자는 운동을 펼친 것이다. 이 운동은 MBC가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장기간 방송되어 온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를 매일 방송에서 주당 1회로 줄이면서 촉발되었다. 방송사의 자성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이 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시청자들의 서명이 줄을 잇는 등 시청자인 국민들의 호응이 매우 컸다. 방송사의 현역 PD로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억이 있다. TV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사람이 프로그램을 보지 말자는 운동을 했으니 자기 밥통을 내동댕이치는 꼴이었다. 당시에 그만큼 방송의 폐해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가 일반 시청자는 물론 방송 종사자들까지(일부이기는 하지만) 방송을 바로 세우는 활동에 나섰던 것이다. 이후 방송사의 자정 노력과 자체 모니터링 강화, 옴브즈맨 시행, 방송심의위원회의 철저한 심의와 감시로 방송 내용의 문제는 상당 부분 개선되었다.
방송 프로그램의 편성은 시청자가 무엇을 보기 원하는가(요구)와 시청자에게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필요)에 의해 결정된다. 캄보디아 각 TV 채널을 좀 들여다보면 이런 기본적인 편성의 법칙이 없는 듯하다. 잡탕식으로 프로그램이 편성돼 있다. 프로그램의 내용도 오락성과 상업성에 치우쳐져 있고, 선정성은 낮은 편이지만 혐오적인 장면이 자주 노출된다. 한 프로그램 속의 세트 소품 분장 의상 등을 살펴보면 돈 안 들인 티가 나고, 방송 내용에 광고가 혼재되어 있기도 하고, 화면 처리나 편집 등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방식 또한 원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어 방송의 질이 매우 낮다. 방송의 파급력과 영향력은 학교교육으로 대별되는 제도교육만큼이나 막강하다. 그래서 방송이 제 기능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만,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외국 방송과 질 낮은 자국 방송의 홍수 속에서 캄보디아 사람들은 오늘도 TV를 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