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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게으름과 느긋함
처음 학교 문을 열었을 때에는 매월 1일 개강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그 날짜에 맞춰 새 학생을 받았다. 그런데, 개강 날짜에 맞춰서 등록하는 학생보다는 개강 이후에 공부하러 오는 학생이 더 많았다. 그래서 개강 날짜를 새달이 시작된 후 3,4일 뒤로 늦췄다. 처음에는 지연 등록 현상이 다소 줄어드는 듯하더니 얼마 가지 않아서 마찬가지가 돼 버렸다. 개강일 이전에 등록하는 학생이 50%가 채 안 되고 이후에 띄엄띄엄 와서 등록을 하고 공부를 시작하는 학생이 반수가 넘는다. 어떤 학생은 개강 후 10여 일이 지난 후에 찾아와서 공부를 하게 해 달라고 간청을 하기도 한다. 남보다 며칠 늦게 공부를 시작하면 따라가기에 벅찰 뿐만 아니라 더러는 영영 뒤처지기도 하는데, 학생들이 그런 데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답답한 노릇이지만 학생들의 성향이 그러하니 거기에 맞춰서 학교를 운영할 수밖에 없다.
캄보디아 사람들과 시간 약속을 하면 정시에 만나기가 어렵다. 대부분 늦게 나온다. 늦었다고 미안해하는 사람도 드물다. 캄보디아에서 열리는 공식적인 행사나 모임에서도 시간은 잘 지켜지지 않는다. 캄보디아에 살면서 여러 번 그런 데에 가 보았지만 행사가 정시에 시작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각국 사람들을 초대하는 국제적인 모임 같은 곳에서도 캄보디아 인사가 늦게 나오는 바람에 행사가 늦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 음악회에 간 적이 있다. 십여 분 전에 공연장에 도착했는데 입구가 너무 한산했다. 장소를 잘못 찾아온 것 같아 문 앞에서 잠시 주춤했다. 공연장에 들어가 보니 시작 시간이 거의 됐는데도 관객이 몇 명 되지 않았다. 자연히 연주가 늦게 시작 되었다. 연주가 진행되는 사이사이에 관객이 꾸역꾸역 들어와 연주 시간이 반쯤 지난 후에야 객석이 어느 정도 메워졌다. 영화관은 아예 늦는 사람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한다. 상영 시간이 정해져 있지만 그 시간 안에 표를 사서 객석에 앉는 사람은 거의 없다. 2,30분 지나야 사람들이 좀 들어오고 관객이 어느 정도 차야 영화가 시작된다. 영화관에 가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정시에 맞춰서 미리 가지 않는다고 한다.
‘빨리빨리 근성’이 배어 있는 한국 사람이 캄보디아 사람과 일을 하다 보면 답답할 때가 자주 있다. 뭘 좀 급하게 가져 오라고 직원을 시킬 때가 있는데 서두르거나 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자연히 일을 처리하는 시간도 길다. 두세 가지 일을 한꺼번에 시키면 하나하나 따로따로 시키는 것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 처리한 일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행동이 느리거나 업무 처리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기보다는 천성적으로 느긋한 의식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다.
캄보디아 사람들과 일을 하거나 대화를 하다 보면, ‘잊었다’, ‘모른다’ 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물론 지식이나 경험이 부족해서 그런 대답이 자주 나온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런 대답이 나오는 근본 원인은 ‘긴장하며 살지 않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캄보디아 사람들은 목표를 두고 거기에 집중하거나 승부를 걸려는 의식이 부족하다. 시간 약속을 지키는 일이나 지혜를 연마하는 일이나 업무 처리를 잘하는 일 모두 긴장감을 갖는 데서 출발한다. 모든 행동은 의식(생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캄보디아 사람들을 천성적으로 게으르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느긋하다는 말이 더 어울릴 듯하다.
이래서 그렇지 않을까? 서둘러서 뭔가를 열심히 한다 해도 그에 대한 대가가 별로 없으니까. 빠르게 사는 것보다 느리게 사는 것이 더 편하고 행복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