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순 칼럼] 에이즈 날벼락

기사입력 : 2015년 01월 21일

batambong

“인류 중 최초로 외과수술을 받은 사람은?” 지난 연말모임 때 나온 넌센스 퀴즈다. “아담”이 정답이다. 이브를 만들기 위한 갈비뼈 적출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 논리라면 이브는 최초의 “복제 인간”이라 칭할 수도 있지 않을까.

건강을 추구해온 인간의 노력은 유구하지만 종교와 미신이 의학 발전의 발목을 잡은 경우가 많았다. 19세기 중엽 마취제 발견은 외과 수술계의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마취제가 없던 시절의 수술은 사지를 묶거나 머리를 가격해 기절시킨 후 팔다리를 절단하는 게 대부분으로, 수술통보가 요즘 암선고보다 두려운 일이었다. 1847년 클로로포름을 발견한 스코틀랜드 출신 의사 제임스 심슨은 임산부에게 마취제 사용을 제안했다. “너는 괴로움 속에서 자식을 낳으리라” 고위 성직자들은 창세기 구절을 인용하며 마취를 하게 되면 여인들이 고통을 느낄 수 없으니 신의 뜻을 거스르게 된다며 반발했다. 신이 아담의 몸에서 갈빗대를 뽑아낼 때 그를 깊이 잠들게 했다는 대목을 근거로 남성에게만 마취제를 허용했을 뿐, 여성은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각종 산고에 시달려야 했다.

19세기 유럽 의료문화에 비해 21세기 캄보디아 형편이 그리 나아보이지 않는다. 병이 나면 주술사를 먼저 찾는 사람. 두통, 요통, 복통에 동전으로 피부를 긁는 사람. 주사를 만병통치로 아는 사람.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전문 인력이나 의료업 등록에 대한 정부의 관리소홀로 무면허 의료행위가 횡행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한 지방에서 무더기로 발생한 에이즈 감염 사태만 해도 그렇다. 바탐방 썽까에 지역에서 실시한 에이즈 관리국(NAA)의 검사 결과 3살짜리 어린이부터 연로한 스님에 이르기까지 HIV 양성반응을 보이는 환자가 200여명에 달했다. 범인은 한 때 유엔 등지에서 간호사 교육을 받은 게 전부인 무면허 의사다. 신변의 위협을 느껴 자수한 후 치료할 때 같은 주사바늘을 계속 사용해왔음을 자백했다. 어설픈 지식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복제인간을 쉽게 떠올리는 첨단의학시대지만 캄보디아에서는 먼 미래의 일처럼 느껴진다. 스위스 의학자 악커크네히트는 “한 시기의 의료형태는 그 시대 문화 전체를 투사한다”고 말했다. 국민 세 사람 중 한 사람이 하루 1달러미만으로 연명하는 캄보디아. 가난은 모든 분야를 무력화시킨다. 지역 구석구석 보건체계가 갖춰지지 않는 한, 국민 하나하나 계몽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비슷한 사건이 이어질듯하여 안타깝다. 어쨌거나 캄보디아 보건부에서 불법의료행위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 마침 재캄 한국대사관에서도 우리 교민과 여행객의 안전한 의료서비스를 위해 적법한 한국 의료면허 소지자에게 <의료면허 영사확인제>를 운영한다는 소식이다. 낙후한 캄보디아 관리체계에 편승해 미심쩍은 의술을 펴는 이들이 없을 리 만무하다. 캄보디아 국민에게도 우리 교민에게도 안전한 의료시스템 정착이 급선무다. / 나 순(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