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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The Best Offer
“젊은 시절, 세상은 노골적이게도 섹스를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나중에는 사랑을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 후에도 여전히 우리가 운이 좋다면 세상은 슬픔을 견뎌낸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으로 나뉜다.”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에 나오는 말이다. 여기, 인생의 황혼녘에 사랑의 막차를 탔다가 그 사랑에 기만당한 남자가 있다.
영화 는 미술품 감정과 경매의 천재인 ‘올드먼’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자기분야에서 탄탄대로를 달려왔지만 타인과의 관계를 극도로 꺼리는 결벽주의자에 완벽주의자다. “최고의 성도착증은 순결을 지키는 것이다.”는 작중 대사처럼, 여성 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그는 노년에 이르도록 사랑에 빠져본 적이 없다. 첨단 방범설비를 갖춘 자택 밀실에는 평생에 걸쳐 수집한 세계적인 거장의 여인초상화 작품으로 가득하다. 완벽주의란 허영에 기인하는지, 천문학적 가치의 초상화들은 범죄의 산물이다. 진품을 모조품으로 속인 뒤 친구를 경매에 참여시켜 헐값에 사들인 것들이다. 어느 날 한 여인(클레어 분)으로부터 감정 의뢰를 받는다. 온통 비밀에 싸여있던 그녀가 광장 공포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세상과의 접촉을 꺼리는 면에서 공감대를 느끼며 차츰 끌리게 된다. 늦게 찾아온 사랑이 더 격렬하다던가, 연인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희일비하며 사랑을 잃을까 안달한다. 마침내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던 클레어를 자신의 밀실에 초대하는데 성공하자, 모든 것을 청산하고 그녀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마지막 경매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들뜬 마음으로 클레어를 찾는데 그녀는 비밀수장고의 그림과 함께 사라지고 없다. 수십 년 동안 경매 트릭을 도왔던 친구가 클레어를 비롯한 전문 털이범과 작당해 크게 한 탕 한 것이다. 사랑에 도취한 남자만큼 속이기 쉬운 사람이 있을까. 사기극에 빠질 수 없는 아름다운 여인 클레어, 실연과 기만에 대한 충격으로 한순간에 수십 년을 살아버린 듯 늙고 추레해진 올드먼은 경찰서로 가는 대신 클레어가 유일하게 좋아했다던 카페 ‘Night and Day’를 찾는다. 그녀가 비록 사랑을 연기했을지라도 한 줌 진실이 있으리라는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그녀를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이 영화는 하이스트(Heist) 장르로 강탈자에게 희극이니 올드먼에게는 비극일 테지만 그렇게 여겨지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의 말처럼 운 좋게도 그는, 섹스를 한 사람, 사랑을 아는 사람, 슬픔을 견뎌낸 사람 축에 끼게 되었으니. 재능, 부, 명성, 부족함이 없던 그가 사랑에 빠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결코 액자에 담을 수 없는 꿈틀거리는 감정의 향연을 모른 채, 까칠하고 메마른 삶에 매몰되지 않았을까?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위조품 안에도 진품의 면모가 있듯이, 인간의 감정도 예술작품과 같아 위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어느덧 올해도 저물어간다. 한 해를 돌아보게 되는 세밑에 그동안 얼마나 감정에 충실했는지 내면을 들여다보기에 좋은 영화다. /나 순 (건축사, 메종루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