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의료 지원을 위해 더 많은 의사 필요Posted 933 days ago
- 태국 국경 개방과 동시에 통행증 신청 쇄도Posted 933 days ago
-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수 제로를 향하여 5월1일 단 2건에 그쳐Posted 934 days ago
- 캄보디아-베트남 국경 인접 7개주 도로망 건설Posted 934 days ago
- 5월 초 집중호우·홍수경보Posted 934 days ago
- 캄보디아-베트남 돼지고기 밀수 단속 강화Posted 934 days ago
- 미국, 캄보디아에 코로나19 백신 200만 회분 기부Posted 934 days ago
- 캄보디아 2022 경제 성장률 5.4%로 하향 조정Posted 934 days ago
- 캄보디아 학교 폭력, 금품 갈취는 기본, 교사 폭행 등 심각Posted 934 days ago
- 캄보디아, 우기 오기도 전에 폭우로 6명 사망, 재산 피해 수백Posted 934 days ago
[한강우칼럼] 결혼 이민자들의 고통
한국인과 결혼한 신부들이 학교를 찾는 일이 잦아졌다.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다. 한국인과 결혼해서 한국어 입국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한국어 구사 능력을 갖춰야 하는 제도가 금년부터 새로 시행되면서 결혼 이민자들의 고민이 커졌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능력 시험인 토픽 1급에 합격하거나 이와 비슷한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국어 연마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오래 전에 결혼을 하고도 한국에 들어가지 못해 강제 별거 상태의 부부가 수두룩하고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결혼한 분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다른 나라도 사정은 비슷하지만 캄보디아가 특히 심하다.
한국 생활에 빨리 적응하고 결혼 관계를 원활하게 유지하게 하기 위하여 도입한 것이 외국인 배우자의 한국어 구사 능력 검증 제도로 알고 있다. 그렇지만 현재의 제도는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바탕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새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결혼 이민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어 토픽 시험 1급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는 6개월 이상, 외국에서는 1년 이상 한국어를 공부해야 한다. 그것도 열심히 공부해야 합격이 가능하다.
캄보디아에서는 지난 몇 년간 대사관 주관으로 1년에 1회 토픽 시험을 치러 왔다. 결혼 이민자가 이 시험을 보고자 한다면 결혼을 하고 나서 길게는 1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또 다시 1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시험 횟수를 더 늘리지 않는 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토픽 시험의 수준으로 봐서는 시험을 통과하지 못해서 2,3년 동안 한국에 들어갈 수 없는 결혼 이민자가 속출할 것이다. 아예 못 들어가는 사람도 상당수 나올 수밖에 없다. 국가가 국민 개인의 기본권을 빼앗는 꼴이다.
제도상으로는 토픽 시험 대신에 정부가 공인하는 한국어 교육 기관에서 일정 시간 이상의 한국어 교육을 이수해도 된다. 현재 캄보디아에는 세종학당이 이에 해당하고 이미 결혼 이민자들이 교육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한국 입국을 준비하는 결혼 이민자 숫자가 많아서 이들의 극히 일부만 교육 기회를 얻고 있다. 현재 수백 명이 세종학당에 들어가기 위해서 대기하고 있고 그 숫자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세종학당에서 일정 시간 교육을 받아도 자체 능력 검증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한국 입국을 위한 비자 발급 대상에 들어가지 못한다.
현 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 중의 하나가 규제 철폐다. 그러나, 국제결혼에 관해서는 거꾸로 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규제가 엄청나게 강화됐다. 캄보디아 정부가 외국인 배우자의 결혼 나이 제한과 배우자 소득 입증 제도를 시행한데 이어 한국 정부가 결혼 이민자의 일정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요구하고 있어 캄보디아인과 한국인의 결혼이 무척 어려워졌다. 결혼하고도 혼인 신고를 못하는 선의의 피해자도 수두룩하다. 물론 이유는 있다. 결혼생활중 의사소통이 안 돼서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결혼 중개인의 폐해가 많아 이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규제의 이유다. 과연 한국어 구사 능력이 높아진다고 이런 문제가 없어질까?
결혼은 인륜에 관한 부분이고 국제결혼은 대세다. 결혼 당사자들의 불편을 최소한으로 줄여 주는 방향으로 제도가 시행되어야 한다. 문제의 소지를 없앤다는 명분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막는다는 것은 국가 권력의 횡포다. 한국에 들어가면 여러 정부 부처와 지자체, 그리고 시민단체가 결혼 이민자의 한국 정착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6개월만 지나면 간단한 한국어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1년만 지나면 생활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한국어 능력 여부로 입국을 기회를 제한해서 혼인 관계를 제약하는 현 제도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