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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물축제를 다시 보고
4년만에 물축제가 열렸다. 세계적인 축제로 알려진 캄보디아 물축제는 연달아 세 번이나 취소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0년 물축제 마지막 날 353명이 압사 사건으로 희생되는 참사를 겪고 그 이듬해 행사가 취소되었고, 2012년에는 시아누크 사망으로, 지난해에는 홍수와 정치적 혼란으로 물축제 행사가 취소되었다. 3일간 국가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물축제는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3일 동안 모든 TV 방송은 물축제의 핵이라 할 수 있는 경선제를 온종일 생중계한다. 전국에서 참가한 수백 척의 배가 3일간 레이스를 펼쳐 우열을 가린다. TV를 좀 보고 있으면 이방인들에게는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캄보디아 사람들은 지역 대표로 나온 배들이 경주를 펼치는 광경을 무척 흥미롭게 바라본다. 행사가 열리는 왕궁 앞 일대 강변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번 물축제는 3년 전과 많이 달랐다. 가장 크게 달라진 것 중의 하나는 축제를 보러 나온 관중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전에는 선착장에서 왕궁 앞을 지나 훈센파크에 이르는 도로가 인파로 뒤덮여서 걷기가 힘들 정도였는데 이번 행사에서는 여유있게 이 곳 저 곳을 둘러볼 수 있었다. 가뜩이나 두려움이 많은 캄보디아 사람들에게 3년 전의 대형 참사의 악몽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에서 만나는 캄보디아 사람들의 반응을 봐도 전처럼 물축제에 열광하는 표정을 읽기 어려웠다. 그리고, 전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방 관광지나 고향으로 내려가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물축제를 보러 지방에서 올라오는 사람도 전보다 크게 줄었다고 한다.
물축제를 주관하는 방법도 크게 달라 보였다. 프놈펜 시내 외곽 곳곳에 차단기를 설치하여 대형 차량의 도심 진입을 막는 것은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행사장으로 가까워질수록 차량과 인파를 통제하고 안내하는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프놈펜 외곽은 공무원과 경비 업체가, 행사장 주변에는 경찰과 군인들이 배치되어 질서를 잡아 나갔다. 안전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 역력했고 관중들도 안내자의 지휘에 순순히 잘 따르는 편이었다. 주된 행사인 경선제가 펼쳐지는 톤레삽강 양쪽 강변이 지난 몇 년 동안 깨끗이 정비되어 행사장 일대가 무척 쾌적하게 느껴졌다. 아무데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크게 줄었다. 또, 외국 관람객을 위한 좌석을 별도로 만들어 놓고 친절하게 서비스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물축제 마지막 날, 마지막 레이스가 끝나고 시상식이 열렸다. 왕이 우승팀 선수들에게 투구를 씌워 주고 금빛 찬란한 검을 하사하여 승리를 축하해 주었다. 우승팀의 배가 수십만 관중 앞을 선회하며 승리의 기쁨을 관중과 함께 나눈 다음, 경선에 참가한 배들이 그 뒤를 이어 한꺼번에 레이스를 펼쳤다. 선수들과 관중들이 뿜어내는 함성이 강변을 뒤흔들었다. 장관이었다. 강력하고 장대했던 앙코르 제국의 위용이 느껴졌다. 현재는 캄보디아 역사상 가장 좁은 영토를 가지고 가장 나약한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조상들이 구축했던 찬란한 문화가 재현되는 듯했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이 축제에 몰려드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물축제가 끝났다. 어느 해보다도 비교적 조용히 보낸 축제였다. 3년 동안의 휴지기를 가지면서 축제를 준비하고 주관하는 방식이 개선되고, 축제에 참가하고 즐기는 사람들의 의식이 높아졌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관중의 무질서와 당국의 무대책이 빚은 대참사의 교훈이 이번 물축제를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