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사색의 바다를 건너며 – 1

기사입력 : 2014년 10월 13일

달빛 머금은 고요의 바다를 건너면서 나는 아! 이것이 내가 꿈꾸던, 혹은 옛 선조들이 꿈꾸던 이상향인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잔잔하기만 한 호수의 수면에는 달이 잠겨있어 이런 분위기가 바로 이태백이 ‘달아 너한 잔, 나 한잔’ 하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나고 그래서 ‘別有天地非人間 (별유천지비인간)’이라는 말에 ‘笑而不答心自閑 (소이문답심자한)’ 이라는 말도 회자했다고 생각합니다.

갈대가 노에 부딪혀 서걱거리는 소리말고는 아무 소리도 없는 태고의 정적 속으로 한 줄기 피리소리가 파고 듭니다. 피리소리라는게 언제나 애잔한 것이지만, 달빛이 호수면에 부딪혀 스러지고 숨막힐 듯한 정적이 이어지는 상태에서 들리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이렇게 처연할 정도로 흔들리는가를 경험합니다.

마치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한 자루의 장검을 가슴에 품고 홀로 앉은 무사가 원수의 딸을 사랑하여 그리워하는 마음처럼, 피리소리는 여지없이 나의 마음을 관통해 버립니다.

그런데 갑자기 노를 젓던 수그레한 사공이 겁을 먹는 것 같습니다. 뭔가 노젓는 손이 흔들리고 달빛에 비치는 표정 또한 불안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노인은 이곳은 귀신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합니다. 원한이 사무쳐 하늘에 가지 못한 혼이 떠돌고 있는 곳이라는 것이지요. 그래서 서둘러 술 몇잔을 호수에 뿌리고 흐느낌인지 주문인지 모르는 것을 웅얼웅얼 읊어 대드군요.

예전에 이곳은 도망쳐 온 사람들이 숨어 살던 곳 이었답니다. 먼 옛날 중국에서, 앙코르왕조에서 그리고 이름을 알지 못하는 왕국에서 살아나지 못하고 도망쳐 와서 숨어 살 던 곳이 바로 여기였다고 합니다.

나라를 버리고 고향을 떠나 부모자식이 생이별을 하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서러운 일인지를 저는 이제 조금 알아가고 있습니다만, 살기가 너무나 힘이 드어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 가서 몸을 피하고 사는 것은 정말 너무나 힘이 들고 슬픈 것이지요.

그리고 최근 프랑스가 이지역을 점령하던 시절 나라를 되찿겠다는 애국지사들이 모여 몸을 숨기고 살 던 지역도 바로 이곳이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악어가 많이 있어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자칫하면 악어 밥이 되기도 했다는 곳이구요. /정지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