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프춤번 연휴 풍경

기사입력 : 2014년 10월 01일

pchum-ben-600x398

이번 프춤번은 주말에 이어져서 연휴가 5일간이나 계속되었다. 4월에 있는 캄보디아 설날과 함께 양대 명절에 해당하는 프춤번에는 프놈펜 시민의 상당수가 고향을 찾아 시골로 내려가는 관계로 며칠 동안 프놈펜 시내가 매우 한산했다. 대부분의 상가는 장기간 문을 닫고 사람이 없어서 밤에도 불이 켜지지 않는 주택들이 많았다.

귀향 열기는 연휴가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일기 시작했다. 대형 시장 옆이나 시 외곽의 국도변에는 승합차들이 진을 치고 서서 귀성객들을 불러 모으고,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를 챙겨 든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모여들어 짐짝처럼 차에 태워지고 있었다. 몇 시간을 낡고 비좁은 차 안에서 교통 체증을 이겨내야 하는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아 보였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 반가운 가족과 친지들을 만난다는 기쁨 때문이리라. 한국의 설날이나 추석 때 보던 귀향 풍경과 너무나 흡사해서 익숙하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내려가기 때문에 지방을 잇는 국도는 차량과 오토바이들로 메워져서 평소보다 몇 배씩 시간이 더 걸린다고 한다. 프춤번이 무슨 명절이길래 이런 고생을 하면서 고향을 찾는 것일까?

캄보디아는 불교 국가다. 국민의 90% 이상이 불교를 믿고 있다. 불교를 믿는다고 해서 단순히 석가모니 부처님만을 숭배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불교는 다분히 민속 신앙과 결부되어 있다. 그래서 절에는 부처님만 모셔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숭배하는 다른 신도 함께 모셔져 있다. 프춤번은 조상을 찾는 명절이라고 한다. 사람이 수명을 다해서 세상을 떠나면 한동안 지옥과 천당 사이에서 떠돌다가 사람이나 동물로 환생한다고 그들은 믿는다. 아직 떠돌고 있는 조상신에게 음식을 바쳐 그들의 허기를 달래 주고 그들이 좋은 것으로 환생하여 후손들에게 복을 가져다주기를 비는 명절이 프춤번이다.

프춤번에는 온가족이 모여서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고 과일과 초, 향, 꽃 같은 것들을 준비해서 조상들이 생전에 찾던 절을 찾아가서 스님들에게 음식을 공양하고 부처나 신 앞에 가지고 간 것들을 바치며 기도를 드린다. 조상을 기리는 명절이라는 점에서는 차례를 지내고 조상의 묘를 찾아 성묘를 하는 우리의 추석과 비슷하다. 그러나, 프춤번은 신앙과 생활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명절이라 캄보디아 사람들의 조상에 대한 믿음이 우리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번 프춤번에는 절을 찾는 캄보디아 사람들을 따라 세 번이나 절에 갔다. 어느 절이나 분위기와 절차는 비슷했다. 법당에 들어가면 모두 부처님 앞에 나아가 기도를 드리고, 바로 옆 단상에 앉아 있는 스님에게 가지고 온 음식과 과일을 바치고 축원을 들었다, 그 다음에는 나란히 놓여 있는 밥통 안에 준비해 간 밥을 한 숟가락씩 떠 넣는데, 이것은 조상들에게 올리는 의식이라고 한다. 법당을 나오면 향을 꽂거나 부처님을 목욕시키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의식을 치르는 곳마다 헌금함이 놓여 있고 사람들은 통마다 돈을 넣으며 두 손을 모아 머리를 조아렸다.

옛날에는 프춤번 행사가 3개월에 걸쳐서 치러지기도 했지만 현재 공식적인 휴일은 3일간이다. 설날인 쫄츠남과 마찬가지로 프춤번이 들어 있는 이 달은 한 달 내내 명절 분위기다. 1주일 이상 쉬는 곳도 많다. 연휴가 끝났는데도 프놈펜 시내가 여전히 한산하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사람이 많아서 그렇다. 명절이 참 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