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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페이스북 열풍
캄보디아는 가히 페이스북 세상이라 할 만하다. 웬만한 젊은이라면 거의 페이스북에 가입돼 있다. 젊은이들에 머무르지 않고 아래로는 어린 학생들로부터 위로는 청장년층까지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이들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깊이 있는 주제보다는 가벼운 흥밋거리가 주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통 일상사를 사진이나 동영상 등으로 주고받으며 서로 소통하고 즐거움을 나눈다. 흥미있는 영상이나 생활 속에서 찍은 사진들이 페이스북에 많이 올라오고 여기에 댓글을 달며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교환한다.
스마트폰 시대에 문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캄보디아에서 새삼 깨닫게 된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캄보디아 문자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 대신 영문자를 이용해서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한다. 영어를 아는 사람은 더러 영어 문장으로 댓글을 달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캄보디아 말을 영어 알파벳 문자로 차음해서 올린다. ‘나는 한국인이에요’를 ‘Naneun hanguginieyo’라고 쓰는 방식이다. 캄보디아 문자로 타이핑을 할 수는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불편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컴퓨터의 대중화로 다양하고 방대한 인터넷 콘텐츠를 생활 속에서 접하다가 이것의 소통창구가 스마트폰으로 옮겨 가는 추세다.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됨에 따라 더욱 편리하게 다양한 콘텐츠를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캄보디아는 이와 다르다. 컴퓨터 보급률이 낮아서 컴퓨터를 사용하거나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이 매우 적다. 그러다 보니 인터넷 콘텐츠가 매우 빈약하다. 이 때에 스마트폰 혁명이 일어남으로써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전에 스마트폰 대중화로 넘어가 캄보디아 사람들 대부분은 인터넷을 모른 채 스마트폰 콘텐츠를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페이스북 이용이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작년 7월에 치러진 캄보디아 총선에서 페이스북 열풍은 그 위력을 입증했다. 정부 여당에 염증을 느끼고 있던 다수의 국민들이 야당에게 표를 몰아 준 계기가 된 것 중의 하나가 페이스북이었다. 캄보디아의 모든 방송과 신문이 철저히 집권 여당의 홍보 매체가 되어 있을 때 페이스북이 야당의 강력한 구원자로 등장했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자발적인 운동가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 여당의 실정과 부패, 야당과 국민에 대한 탄압의 실상을 개개인들에게 전파시켰다. 전통적으로 정부 여당 지지 성향을 보이던 지방에까지 야권 지지 바람이 확산되어 종전 123석 중 90석을 얻었던 캄보디아 국민당(CPP)의 의석수를 68석으로 끌어내리고 캄보디아 구국당(CNRP)이 55석의 의석을 차지하는 변혁을 이뤄 냈다.
페이스북 활동가들이 올리는 내용을 보다가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다. 교통사고나 폭력 장면이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사고나 시위, 범죄피해로 사망한 시체가 처참한 형상으로 화면에 등장한다. 정부 고위층이나 공무원들에 대한 비판도 즐비하고, 훈센 총리를 인간 이하로 희화화한 사진도 페이스북 안에서 자유롭게 나돈다. 한국 같으면 국가원수 모독이나 불온물 유통 혐의로 수백 명이 감옥에 가거나 고발당했을 내용들이다. 이것만 놓고 보면 언론 자유가 한국보다 몇 배 앞서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루 1달러 내외로 먹고사는 학생들조차도 거의 스마트폰을 들고 다닌다. 그들 대부분이 페이스북을 이용한다. 그 안에서 서로 소통하면서 즐거움을 나눈다. 그리고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혀 나간다. 캄보디아의 페이스북 열풍, 예전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사람들의 의식을 바꿔 놓을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