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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이 보는 세상] 되멕임
지난 번 글에 대하여 의견을 들려주신 분이 있어 잠깐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의 생각이 표명(表明)되었을 때 그것에 대해 반응이 있다는 건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니다. 산을 울리는 메아리처럼 좋은 생각들이 확산될 때 세상은 한결 맑아지리라.
의견의 요지는 안전 운전과 관련해 정부에서 여러 채널을 통하여 캠페인을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텔레비전, 툭툭, 신문 등을 활용해 헬멧 착용을 권하고 음주운전을 금하는 등의 광고를 하고 있으며 10여년에 걸쳐 백미러 부착 의무화, 차량 정기 점검 법제화 등도 추진되는 추세란다. 그러면서 얼마 전 훈센 총리의 연설을 일부 인용했는데 차를 타고 아무리 늦게 가더라도 자전거나 걷는 것보다는 빠르니 ‘제발 좀 천천히 몰라’고 당부했다고 전한다.
캄보디아 말을 모르는 나의 입장에서는 위의 전언이 가뭄 속 단비와도 같았다. 그는 총리 편을 들자는 게 아니라면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하루 6명꼴로 늘어가고 있는 심각성을 정부에서도 알고 있는 눈치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적십자 캠페인처럼 대대적인 형태는 아닌 건 분명하다며 전 국민의 동참을 이끌어내려는 진정성이나 열정의 결여라는 점에서는 내 견해에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점도 덧붙였다.
전해준 내용들에 담긴 디테일의 굽이굽이를 몰랐다는 건 당연히 인정한다. 나는 현지 방송을 알아들을 능력이 없고 현지인들과 의사소통을 나눌 정도의 여건이 되질 못한다. 그러기에 더욱 서로의 생각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일들이 소중하고 감사한 것이다.
여기서 보낸 일 년여의 시간을 근거로 할 때 내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겠다는 건 어쩌면 욕심이다. 따라서 나는 그러한 욕망을 항시 경계하며 나의 한계를 인지하려고 노력한다. 그런 한편 제약된 상황임을 분명히 알기에 나름의 진정성을 전달하기 위해선 갖춰야 할 요건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생활 속에서의 나의 느낌’을 바탕으로 생각을 적는다는 일종의 원칙을 갖고서 글쓰기를 대한다.
이런 연유로 장기간 예서 살아오신 분들의 눈에는 더러 오류가 눈에 띌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건 일단 ‘정직한 내 느낌’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오류는 있을지언정 속임의 의도는 없기 때문에 논의해봄직한 하나의 ‘얘기꺼리’가 된다고 믿는다.
먼저의 글에서 내가 언급하려던 점은 ‘모토’의 안전 운전이었다. 현지인들이 모르고 있다고 한 건 위험성에 대해 완전히 무지하다는 게 아니라 정확하게 무엇이 위험한 지를 모른 채 운전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면 세 가지 정도이다.
첫째 골목길에서 큰길로 나올 때 도로의 차량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 모토만 보는 경우다. 둘째 진행 차량의 앞을 스칠 듯 가로지르며 반대 방향으로 가는 행위다. 셋째 모토가 차량보다 빠르다고 착각하고 자꾸 추월하려는 오판이다. 이상의 세 가지는 차량과 닿기만 해도 말 그대로 아찔한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매우 위험한 행동들이다.
요컨대 이들의 가장 주요한 교통수단인 모토에 한정해 내 생각을 적어본 것이다. 차량이야 당연히 모토보다는 튼튼하고 안전하므로 그것은 별도의 문제이다.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 서민이고 그들의 안전은 무엇보다도 모토와 직결되어 있기에 ‘모토 안전 운전’에 크게 방점(傍點)이 찍혀야 한다고 보았고 그래서 좀 거칠게 강조했던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총리의 발언에서 차를 천천히 몰면 사고가 줄어들 꺼라 본 건 잘못된 강조이며 모토 운전자에게 구체적으로 위험성을 교육시키는 일이 훨씬 시급하다는 게 내가 밝히려는 주장의 요체(要諦)이다.
때로 ‘느낌의 진정함’을 표현하자면 약간의 오류가 발생되기도 한다. 이걸 변명이라 할 수도 있겠으나 ‘과장을 통한 강조’라는 수사(修辭)로 읽어주셨으면 어떨까 싶다. 그렇다고 ‘백발삼천척’ 운운 하는 대륙 기질 사람들의 ‘뻥’ 정도로 어마어마하지는 않으니 말이다.
가끔씩 이 나라 총리를 만나는 장면을 상상해 보는 건 그래서다. 표현의 강조를 위해서 과장을 하기도 하는 판에 상상 속에서 실권자를 만나는 일이야 무에 흠이 될까. 만일 만날 기회가 온다면 좋은 소리야 여기저기서 많이 들을 터이니 어렵게 만난 판에 도움 되는 고언(苦言)을 하게 되지 않을까.
예컨대 ‘역사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인류와 함께 남는 것이니 그것을 두려워해야 한다’거나 ‘권력 강화에 보인 유능함은 인정되었으니 그 능력을 분배에 주력하는 건 어떨까’하는 것들이다. 자야바르만 7세 상(像)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의도가 국민들의 동일시를 원한 것이었다면 나의 충언들은 더욱 의미가 깊다. 그리고 역사 속에서 성군으로 이름을 날리는 이들은 능력에 더하여 반드시 국민들의 진정한 존경을 획득했었다는 점도 잊지 마시라고 전하고 싶은 것이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미움도 없으려니와 증오보다 무서운 건 무관심이라고 나는 믿는다. 시대를 풍미(風靡)하는 이유 없는 악플이 아니라면 나와 다른 의견이라 하여 고까울 리가 없다. 애정이 없다면 굳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소통의 손길을 보내지도 않으리라.
세상에 ‘먹인’ 내 의견에 메아리처럼 ‘되멕인’ 그의 고견에 다시금 감사드린다. 더욱이 ‘생활의 느낌’을 근거로 글을 적어나가는 나로서는 글의 거칢을 늘상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점을 보완해준 덕에 설사 ‘쓴나물’ 맛이 난다 해도 ‘고기도곤’ 보약 같을 따름이다.
또 다른 한 분은 거친 것보다 더 문제인 건 뭔가를 가르치려는 말투란다. 이건 아마도 직업병일 터인데 역시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여러 모로 부족한 나의 글이 여러분들에게 읽힌다는 건 신기하면서 또한 무척 고맙다. 나아가 거기에 소통의 바람이 불어온다는 게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38년만의 이른 추석이라 하니 프놈펜 하늘에서도 곧 둥두렷 보름달 만날 터이다. 한가위 달님에게 쾌적한 소통의 청풍 일으켜 가난하지만 소박한 웃음 물고 사는 캄보디아 사람들만이라도 일단 상쾌하게 만들어 달라 소원을 빌어 보련다.
한유일(교사) shiningday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