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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세상사, 적응이 문제다
저녁바람은 우리가 사우나에서 땀을 흘리고 나왔을 때 더 차갑게 느껴진다. 하루 종일 우레와 같은 쇳소리를 듣는 철공소 직원은바로 옆에서 폭죽이 터지며 따가운 소리로 귀를 울려도 별 반응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요한 수도원에서 조용히 명상에 잠겨 있는 수도승의 경우라면 상황은 180도 다르다. 하지만 그 수도원에서 지속적으로 그리고 규칙적으로 폭죽을 터뜨린다고 가정하면, 아마 일정한 적응기간이 흐른 뒤에 수도승은 다시 평범하게 명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적응 현상은 언제 어디서나 벌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자주 적응의 힘을 얕보곤 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자동차 사고가 나서 척추를 다치고 몸이 마비되어 장애인으로 살아남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다고 말하곤 한다. 거기서 그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은 많은 신체마비 환자들이 분노와 슬픔의 단계를 지나고 나면 건강한 사람이었을 때 그들에게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의 만족감을 회복한다는 사실이다.
“신체가 마비된 장애인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는지를 알면 누구나 놀랄 겁니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네만은 이렇게 말했다.“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신체가 마비된 장애인이라는 상황이 그들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다른 일을 합니다. 좋은 식사를 즐기고 친구들을 사귑니다. 신문도 읽습니다. 중요한 것은 관심을 어디에 두는가 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전쟁 지역에서 돌아온 기자들은 이렇게 보도한다. 전선으로부터 단 몇 킬로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 공포로 인해 움직일 수조차 없는 지역이다. 그렇지만 그런 곳에서 사람들은 편안하게 커피를 마시고, 직장에 출근하고, 파티를 즐기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그들에게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이 단순한 일상으로 익숙해진 것이다. 마치 이누이트족이 얼음 위에서 살아가고, 부시맨이 사막이라는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것과 같다. 지구상에서 인간이라는 종족이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은 바로 이 놀라운 적응능력의 덕택이다. 우리는 툰드라의 삶에도, 삭막한 대도시의 삶에도 익숙해진다.
20세기의 애주가 중 한 사람인 레이몬드 챈들러는 술을 마시면서 꽤나 서글픈 체험을 했다. 대부분의 작품을 조니 워커의 후원을 받아 저술했던 이 작가는 그 체험을 이렇게 표현했다.“알코올은 사랑과 같은 것이다. 첫 번째 입맞춤은 황홀하다. 두 번째는 친숙한 것이고, 세 번째는 일상이 된다. 그리고 나면 이제 여자의 옷을 벗기는 일만 남는다.”챈들러가 그렇게 애석해했던 익숙해지는 효과를 심리학자들은‘적응’이라고 부른다. 적응은 캘커타의 빈민촌에서 웃고 있는 사람을, 팜비치의 슈퍼부자들 사이에서 몹시 슬픈 얼굴을 보게 되는 것을 말한다. 캄보디아도 적응만 잘하면 살기 좋은 고장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