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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캄보디아 관광의 미래
얼마 전에 친지가 방문했다. 몇 년 전에 앙코르와트 관광을 했기 때문에 프놈펜에 머무르면서 쉬고 싶다고 했다. 나흘이나 되는 기간을 체류해야 하는데 프놈펜에서 무엇을 보여줄까 손님이 오기 전부터 고민이 컸다. 그래서 프놈펜은 하루 정도로 잡고 나머지 기간은 시아누크빌과 까엡을 여행하는 것으로 일정을 잡았다. 그러나, 시아누크빌이나 까엡은 바다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곳이지만 한국의 동해안이나 남해안과 비교하면 특별히 나을 것이 없어서 여행에 특별한 재미를 느끼게 해 줄 자신이 없었다.
시아누크빌에 도착해서 해변 호텔에 자리를 잡았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방이라 분위기가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 바로 앞에 길게 펼쳐진 백사장을 산책하고, 오전에는 수영을 하면서 야자수 그늘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오후에는 인근에 있는 끄발차이 폭포를 찾아갔다. 해발 100여 미터밖에 안 될 것 같은 평원에 폭포가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우기에 불어난 물이 2단으로 떨어지면서 거센 물소리와 함께 일대를 물안개로 덮어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폭포와 다른 쪽 골짜기로는 시냇물이 흘러내려 개구쟁이들의 물 놀이터가 되고, 이것이 더 흘러가다가 하나의 폭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숲속 오두막에 누워 폭포의 물소리와 시원하고 맑은 공기에 취하다 보니 몇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시아누크빌에서 두 시간을 달려서 찾아간 곳이 까엡. 자연을 그대로 살려서 산기슭에 지은 목조 호텔에 들었다. 아기자기한 조경과 돌담, 목조 건축물 등이 숲과 한데 어우러져 별천지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통나무를 켜고 다듬고 잘라서 만든 집 안팎의 구조물과 신경을 써서 배치한 비품과 소품 하나하나가 정감을 불러일으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등산로를 따라 까엡산을 산책했다. 열대 밀림 속에 하늘로 쭉쭉 뻗어 올라간 나무 사이 잘 닦여진 그늘 길을 따라 올라가니 곳곳에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바다와 넓은 들판이 한눈에 들어오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기분이 더없이 상쾌했다. 전에 몇 번 왔을 때에는 한때 영화를 누리다가 폐허로 남아 있는 프랑스인들의 별장지와 바다, 해산물 요리 정도가 전부였는데 새로운 즐길 거리가 있어서 색다른 여행이 되었다. 같이 간 손님도 흡족해했다.
캄보디아를 찾는 관광객이 2013년에 480만 명을 넘어섰다. 그렇지만 이들 관광객의 대부분은 앙코르와트로 한정돼 있다. 앙코르와트 관광의 경우에도 톤레삽 호수 이외에 주변에 또 다른 볼거리 별로 없다. 앙코르와트라는 훌륭한 유적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박물관이나 체험 공간, 위락 시설 등이 빈약하고, 더 찾고 싶은 곳이 거의 없어서 손님을 오래 붙잡아 놓지 못하고 있다. 좋은 관광 자원을 제대로 개발하고 활용하지 못해 단기성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머물고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의 관광객은 매년 20%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관광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봉제 수출 다음으로 높을 정도로 정부 재정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캄보디아 정부는 관광 수입을 확대하기 위하여 시엡립(앙코르와트) 중심의 관광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캄보디아 중남부권(프놈펜, 시아누크빌, 까엡, 코꽁) 관광지 개발에 역점을 두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에 캄보디아 남부 지역을 둘러본 결과 충분한 잠재력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라타나끼리나 몬돌끼리 같은 캄보디아 북동부 지역도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훼손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천혜의 관광 자원이 캄보디아의 미래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