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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인간적인 어리석음
어리석음도 세상 제일이면 상을 탈 수 있다. 다윈상(Darwin Award)이 그것이다. 매년 가장 뛰어난 업적을 달성한 사람으로 살아있는 경우에만 주어지는 노벨상과 달리, 매년 가장 황당한 실수를 범하고 죽은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상이다(생식능력 상실자 포함). 1994년 미국여성 웬디 노스컷이 인간의 멍청함을 알리기 위해 제정했다. 자신의 열등한 유전자를 스스로 지구상에서 제거하여 인류 진화에 이바지한 공로를 공인받은 자로서 전 세계 네티즌의 추천을 받아 결정한다.
“지적 능력이 정상일 것”이 수상조건이라고 하니 보통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과오일 터이다. 한 낚시꾼이 얼어붙은 호수를 녹일 요량으로 다이너마이트 심지에 불을 붙여 호수 저편으로 던지자, 기르던 개가 득달같이 달려가 폭발물을 되물어다 주는 바람에 폭파된 경우(늘 충견훈련에 열심이었다고). 한 애주가가 휘발유를 술인 줄 알고 마셨다가 뱉어내면서 옷 여기저기에 튀었는데, 놀란 마음을 달래기 위해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가 연소된 경우(그 가솔린은 정비공인 친구의 기름때 수세용이었다고). 1995년 수상자는 이집트인으로 닭 한 마리 때문에 여섯 명이 우물에 빠져 죽었다. 사연인 즉, 닭이 우물에 빠지자 농부(18)가 잡으러 들어갔다가 우물 깊은 곳 소용돌이에 휩쓸린다. 수영도 할 줄 모르던 그의 누이와 두 형제가 동생을 구하기 위해 차례로 들어가 익사한다. 뒤이어 마을의 나이든 농부 두 명이 그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역시 빠져 죽는다. 경찰은 여섯 구의 시신과 닭을 건져 올렸다 (닭은 멀쩡하게 살아있었다고).
캄보디아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 시엠립주 한 마을에서 우물에 빠진 돈이 빌미가 되어 7명이 한꺼번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뚜이 찐(50)이라는 농부가 우물에서 물을 긷다가 3천리엘(0.75$)과 라이터를 빠뜨렸다. 그 말을 전해들은 아들(11)이 돈을 건지기 위해 우물에 들어갔는데 나오지 않자, 동생을 구하기 위해 누나(13)와 형(15)이 뒤따라 들어갔다. 셋 다 나오지 못한다는 소식에 이웃 네 명이 잇따라 내려갔으나 전원 사망했다. 여덟 번째로 내려간 사람도 있었는데 운 좋게 병원에 옮겨져 살았다. 경찰은 우물바닥의 산소 결핍이 사망원인일 것이라고 한다. “시엡립 우물 7인 생명 앗아가”라는 현지 보도와 달리, 마치 일곱 사람 모두 푼돈에 목숨을 건 것 마냥 “우물에 빠진 768원 건지려다 캄보디아서 7명 사망”을 타이틀로 뽑은 한국 인터넷기사를 접한 순간 ‘다윈상 감이로군’ 싶었다. 하지만 변변한 긴급구조시스템은 고사하고 빗물 음용을 면하게 해 준 우물조차 황송한 캄보디아 현실을 떠올리고 보니, 이내 고인들을 능욕하는 게 아닌가하는 마음이 들었다. 우물에 빠진 아이를 보면 구하고자 하는 측은지심이 인간의 본성이라는 말씀을 맹자님이 하셨던가. 당장 같은 참사를 당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앞 뒤 재지 않고 뛰어든 그 어리석음에서 진한 페이소스가 느껴졌던 것이다.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