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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역지사지
일본 작가 무라까미 하루끼는 가난했던 젊은 시절, 직장에 다니는 아내를 보필하며 전업주부(전업작가 겸)로 지낸 적이 있다. 퇴근해 돌아오는 아내에게 좀 더 맛있는 생선구이를 대접할 요량으로 생선 한쪽을 익힌 후 석쇠를 내려놓고 연신 대문어귀를 살핀다. 갓 구운 생선이 제 맛이나, 시장한 아내가 오래 기다리게 될까봐 한쪽은 미리 구워두고 도착시간에 맞춰 반대쪽을 굽기 위해서다. 아내 접시에는 예쁘게 구워진 것을 담고 자신의 접시에는 망가진 것을 담는다. 그는 주부가 된 자신을 비하시켜서 그런 게 아니라 “상대를 조금이라도 기쁘게 해주고 싶은 요리사의 습성”일 것이라고 수필집에 적고 있다. 모르긴 해도 출근길의 아내에게 “늦으면 전화해”, “술자리에 오래 있지 마”, 바가지도 긁었을 터이다. 집에서 살림만 하는 여자가 먹이사슬의 정글에서 남자가 어떤 곤욕을 치르는지 짐작하기 쉽지 않듯, 하루끼도 주부체험 후에야 그 심경을 알게 되었으리라.
남이야 어떻든 자기편 주장만 관철시키려는 편 가르기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 된장녀니 마초남이니, 경상도 문둥이니 전라도 홍어니, 좌빨이니 우빨이니 따위에 종교 간 갈등문제도 심각하다. 요즘 정치권 기 싸움은 목불인견이라, “이러다 나라 말아먹지”란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잇따르는 고위직 인사문제만 해도 정부는 안하무인으로 편향적인 인사를 연달아 후보자로 지명하고, 반대하는 축에서는 한 인생을 파괴할 정도로 처참하리만치 비판공세를 펼친다. ‘대한민국에 인재가 그렇게도 없는가!’ 탄식했다가, ‘세상에 흠결 없는 사람이 어디 있나?’ 개탄하게 된다. 부적절한 리더의 통치를 받고 싶어 하지 않는 ‘국민정서’와 절대다수의 의사반영이 코끼리 줄타기만큼이나 어려운 ‘대의정치’ 사이, 서로 입장 차이에 대해 상상력을 조금이라도 발휘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워지는 것이다.
치열한 갈등 이면으로 한국사회에 때 아닌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인문(人文)이란 인간의 문양(文樣)에서 나온 말로 우리네 삶의 궤적을 담아내는 분야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양이자 자기수양을 위한 학문이라 평생을 두고 천착해도 부족할 듯한데 일시적인 붐처럼 인다니 씁쓸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동안 허기를 면하는 문제가 급해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사회의 병폐가 곪아 터져 인간성 회복에 인식이 미친 듯하다. 역사, 철학, 문학을 아우르는 인문학의 갈피갈피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사람이다. 인간이란 처지에 따라 의식이 바뀌는 존재라고 했던 마르크스, 결백을 증명하고자 독배를 마셨던 소크라테스, 빵 하나 훔친 죄로 19년을 복역한 장발장…, 상식과 가치에 무관하게 굴러가는 역사의 격랑을 헤치며 사랑하고 일하고 죽어 간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다양한 인간군상의 세상에서 예나 지금이나 인문학이 추구하는 바는 “도그마(독단)”에 빠지지 않기 위한 성찰이다. 결국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 보는 역지사지야말로 문제 해결의 실마리라는 의미가 아닐까.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