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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나무가 귀한 나라
캄보디아는 열대에 속한다. 1년 내내 섭씨 30도를 웃도는 날씨가 계속되고 한낮의 기온은 보통 34,5도, 밤에도 20도 아래로 내려가는 날이 드물다. 일조량도 매우 높아서 한국의 두 배 이상은 되는 듯하다. 1년 내내 식물이 생장할 수 있는 기후 조건을 지니고 있다. 물론 건기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아서 농작물 재배에 한계가 있기는 한다. 그러나 나무가 생장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캄보디아 곳곳을 여행하다 보면 이러한 자연 조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국토가 헐벗었다는 인상을 받는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대지가 황량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공터나 늪지에 에 관목 숲이나 풀밭이 펼쳐져 있을 뿐 나무다운 나무가 자라고 있는 곳을 보기 어렵다. 산지 지역도 마찬가지다. 국경 산악 지역 등 일부 지역을 빼놓고는 울창한 숲이나 열대 밀림을 찾아보기 어렵다. 왜 그럴까?
수십 년간 지속돼 온 무단 벌목과 무분별한 개발 때문이다. 캄보디아는 오랜 내전을 겪으면서 산림이 방치되어 전국토가 황폐화되었다. 수십, 수백 년 된 나무들이 각 지역 세력들에 의해 벌목되어 팔려 나가고, 일반인들은 목재용이나 땔감용으로 쓰기 위해 나무를 마구 베어 버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00년과 2005년 사이에 캄보디아 전체 산림 가운데 29%가 황폐화됐다고 한다. 지금도 공단 조성이나 주거지 확장, 농장 개발 등으로 나무가 계속 잘려 나가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벌목이 일반인이 아니라 힘 있는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고 있어 단속이 매우 어렵다.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은밀히 벌목을 하거나 감시자를 매수하는 일도 있다고 한다. 워낙 큰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이라 치밀한 감시와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무단 벌목 실태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국제 환경 감시 단체들은 대규모의 불법 벌목이 고위 공무원이나 권력자들의 비호 아래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캄보디아 정부에 대하여 보다 강력한 단속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산림 훼손을 철저히 감시하고 단속하는 일이다. 권력자들의 범법 행위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둘째는 무분별한 개발을 억제하여 환경 파괴를 막는 일이다.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나라라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방치해서도 안 될 일이다. 셋째는 나무 위주의 땔감을 다른 것으로 대체해 나가는 일이다. 아직은 석유나 가스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막막하지만 서둘러 대체 연료를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정신을 계도하는 일이다. 나무가 자신을 지켜 준다는 생명 의식을 심어 주어야 한다. 각자가 나무를 보호하려는 의식을 가져야만 비로소 숲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무를 심고 가꾸는 대대적인 국민운동을 펼쳐 나가야 한다. 헐벗었던 산들이 불과 3,40년만에 울창한 산림으로 변한 한국이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3년 전에 마당을 정리하면서 사람 키만큼 자란 나무를 그대로 뒀더니 지금은 5미터 정도의 높이로 자라서 여러 사람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 노력만 한다면 희망이 멀지 않다는 확실한 증거다.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