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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마르케스가 남기고 간 ‘고독’
프놈펜 수은주가 35도를 넘어간다. 더위 탓인지 자잘한 생각의 알갱이들이 목걸이처럼 꿰지면 좋으련만 알알이 흩어져버리곤 한다. 모니터의 커서가 깜빡깜빡 얘기를 재촉하는데, 이 1,500자 원고조차 버겁다. 세상이치를 두루 꿰뚫는 혜안 따위와는 거리가 먼, 어딘가에는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조의 단편적인 글쪼가리건만… 그래서인가, 감동으로 눈시울을 적시던 문장, 수치심으로 얼굴을 달구던 문장, 돌처럼 굳어진 머리를 정으로 내리치듯 날카롭던 문장을 선사한 대문호의 죽음이 의식의 한 통로를 잃어버린 듯 더욱 애석하게 다가온다.
남미 콜롬비아의 작가 겸 저널리스트였던 마르케스가 얼마 전 타계했다.(향년 87세) 1982년 노벨상에 빛나는 그지만, 정통문학에 갇히지 않고 환상과 사실을 멋들어지게 버무린 다양한 작품으로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문학적 가치와 상업적 성과를 동시에 이루어냈다. 그의 장례는 3일간 콜롬비아 국상으로 치러졌고 대통령이 조문했다. 마르케스의 존재는 마약, 부패, 범죄를 떠올리는 조국 콜롬비아의 국가브랜드를 한층 격상시켰음에 분명하다. 영국이 셰익스피어를 인도와 바꾸지 않겠다고 했듯이 한 나라에서 위대한 영혼을 배출함으로써 국민과 풍토가 그 정신적 자양분을 제공하기라도 한 듯 전체 위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리라.
“사실 대령의 사업이란 게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금물고기를 팔아 금화가 들어오는 것까지는 좋은데, 대령은 금화가 들어오기가 무섭게 그것을 녹여 다시 금물고기를 만들어, 이런 상태가 끝없이 계속되는 것이었다. 그러니 물건이 잘 팔리면 팔릴수록 일만 더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지게 마련이었다.” 마르케스의 대표작 <백 년 동안의 고독>의 한 대목이다. 산업사회 생산시스템에 갇혀있는 우리네 삶이 궁극적으로는 이런 지경인지 모른다. 그날이 그날 기계적인 일상에 매몰되어 인간적인 유대감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는지, 마음은 여전히 공허한.
작가는 평생 소설가와 저널리스트를 겸했다. 소설보다 더 끔찍한 세월호 사건처럼 문학과 팩트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음을 감지했기 때문이다. <백 년 동안의 고독>에서 초현실주의 기법으로 ‘돼지꼬리가 달린 아이’를 등장시켰는데 책을 내고 난 이후 세계 각지로부터 돼지꼬리를 가진 사람들의 편지가 쇄도했다고 한다. 한국인의 편지도 있었다고. 이처럼 세상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한 상처(조건)를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흔하다. 토속신화, 저개발, 비이성의 독특한 라틴아메리카 문화를 바라보는 서양의 관점에 대해 그는, “우리 현실을 타인의 방식으로 해석하는 행위는 갈수록 오해를 부르고 갈수록 자유를 억압하여 고독에 이바지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제 그는 가고 작품으로 얘기할 따름이지만, 가치관이나 정치성향은 물론 지역, 인종, 종교, 장애, 소수성애자같이 타인에게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 ‘다름’에 대한 부정에서 ‘고독’이 비롯된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