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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국가정보원과 프로페셔널
프랑스 첩보기관 최고요원 “보몽”이 아프리카 한 소국의 독재자 암살지령을 받고 아프리카로 잠입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양국 간 정치 상황이 바뀌어 암살 필요성이 없어지지만 프랑스 정부는 보몽을 소환하지 않는다. 사태가 정치적으로 미묘하게 흘러간 데다 이용가치가 없어지자 배신한 것이다. 정부요원에서 졸지에 대통령 시해미수범으로 몰려 무기형을 선고받으나 보복을 위해 탈옥을 감행한다. 탈출에 성공한 보몽은 프랑스를 방문하는 아프리카 대통령을 살해함으로써 자신을 배신한 정부 관료들을 파멸시킬 계획을 짜고 프랑스로 향한다. 예전에 보몽을 가르쳤던 교관은, “우린 그에게 모든 것을 가르쳤고 복수도 가르쳤다. 문제는 그가 우리의 모든 수법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는 말로 자가당착에 빠진 상황을 비웃는다. 아프리카 독재자는 정예의 비밀요원을 대동하고 프랑스에 도착한다. 그 요원들의 주요 작전이란 대통령의 창녀를 극비리에 공수해오는 것이지만. 보몽은 프로다운 속임수로 프랑스요원의 손을 빌어 아프리카 대통령을 죽게 만드나, 첩보세계를 너무 잘 아는 그인지라 비극적인 최후를 예감한다.
프랑스 영화 “프로페셔널(1981)”의 줄거리다. 이 영화는 당시 살벌한 사회분위기 탓에 영화관에서 개봉되지 못하고 10년이 지나서야 “어느 연약한 짐승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TV를 통해 방영되었다. 국가 간 첩보전 정보가 누설되는 것을 꺼린 고위관료가 보몽을 향해 발포명령을 내리고 후배요원의 총탄세례에 벌집이 되어 쓰러지면서 영화는 끝난다. “연약한 짐승”이란 아무리 특급 요원이라도 거대 국가권력 앞에서는 한낱 소모품에 지나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미국 안보 및 스파이분야 전문가 어니스트 볼크먼은 세계 문명초창기부터 등장한 직업은 무당, 창녀, 스파이라고 한다. 오늘날 흥신소 매출의 80%가 배우자 뒷조사이듯, 개인 간, 계급 간, 정치집단 간, 국가 간 정보전이 쓰이지 않던 적이 없었다. 첨예한 시대에 첩보전이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사례가 적지 않았지만, 모략, 암살은 물론, 개인 감찰, 정적의 뒷조사, 심지어 대통령의 채홍사 역까지, 사실 정보원의 활약이란 007영화의 <제임스 본드>와 달리 그럴싸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국가의 정보기관이 공적기관이라 해도 일의 특성상 운영을 ‘비밀’리에 해야 하기 때문에 정권의 시녀로 전락할 소지 또한 다분하다.
이번 국가정보원 간첩조작사건의 증거조작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국정원 ‘아랫선’의 처지가 이 영화와 겹친다. 작전의 몸통은 ‘윗선’ 어디선가 내려왔을 터인데 언제나 그렇듯이 당하는 축은 ‘연약한’ 희생양이니. 그러나 국정원은 프로페셔널리즘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이단재판소에서 죄가 재판되는 것이 아니라 죄가 만들어지던 중세 암흑기도 아니고, 더구나 정보전의 핵심은 비밀작전에 있는데 이렇듯 매번 전 국민이 사건의 퍼즐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너절하게 드러나니.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