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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서민들의 신발 스바엑 쯔응 프또앗
소위 ‘조리’라 불리는 엄지와 둘째 발가락에만 줄을 끼워 사용하는 슬리퍼는 한국인들에게는 휴양지에서나 신고다니는 편한 신발이기도 하면서 어르신들 앞에 나설 때는 착용을 기피해야 하는 그런 무례한 신발로 생각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일년내내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는 캄보디아에서는 이 ‘조리’가 농사일, 산책, 등산, 공사일 등 때와 장소를 따지지 않고 신을 수 있는 신발로 여겨지고 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조리’가 캄보디아 사람에 의해서 처음으로 디자인 되었다고 한다. ‘Expat strange live in Cambodia’란 책을 쓴 프랑스인 저자 ‘Frederic Amat’은 1960년대 프놈펜 뚤꼭지역에서 ‘찝 똥’이란 캄보디아 사람이 공장을 세워 최초로 조리를 대량생산했다고 썼다. 그 후로 이런 모양의 신발은 ‘찝 똥’의 이름을 따서 프랑스에서 La Tong이라 불리고, 영어권에서도 ‘flip flop’이란 이름 외에 ‘thong’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캄보디아어로는 ‘스바엑 쯔응 프또앗’이라고 한다. ‘스바엑 쯔응’은 ‘신발’을 뜻하고 ‘프또앗’은 ‘팔딱 튀기다’라는 뜻의 동사이다. 조리를 신고 진흙에 들어갔다가 흙을 팔딱팔딱 튀기는 모양을 묘사한 말이다.
‘스바엑 쯔응 프또앗’은 얇은 고무판에 Y 모양의 고무를 끼워넣은 아주 단순한 디자인으로 되어 있다. 가격도 $1.5밖에 하지 않아 가난한 서민들이 아무런 부담없이 살 수 있고 튼튼해서 오랫동안 신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프놈펜과 같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가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스바엑 쯔응 프또앗’을 잔 신지 않는다. 실제로 고급 클럽 같은 유흥업소에서 조리를 신고 있는 손님들은 물갈이의 대상이 되고 있고, 조리를 신고 있는 사람을 은근히 무시하는 사회적 편견도 있다. 한편 도시 사람들이 즐겨 신는 가죽으로 된 조리는 ‘스바엑 쯔응 쭘삐음’이라는 다른 말을 써서 부르고 있다.
‘스바엑 쯔응 프또앗’은 어린이들의 놀잇감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거리를 돌아다니다보면 맨발로 뛰어다니며 조리를 발로차면서 노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이 아이들이 즐기는 놀이는 ‘추 스바엑 쯔응’이라고 하는데 사실 돈을 걸고 하는 내기 게임이다. 네모를 그리고 그 안에 돈을 넣은다음 신발을 멀리 차 냈다가 다시 네모 안으로 차 넣는 게 규칙이다. 아이들은 보통 100리엘~500리엘의 돈을 걸고 내기로 ‘추 스바엑 쯔응’을 즐긴다.
비록 조리를 신고 다니면 발이 쉽게 다칠 위험이 많기는 하다. 대신 좋은 점들도 있다. 비에 맞아도 쉽게 씻어낼 수 있으며 어디든지 편하게 신고 다닐 수 있다. 가난의 상징인 ‘스바엑 쯔응 프또앗’을 신고 다니면 강도들이 접근할 염려도 없을 것이고, 심지어는 구두닦이 소년들도 거들떠 보지 않을 것이다. / 글 : 정인휴 , 자료제공 : 멩 보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