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더 이상 공장 옮길 나라 없다”

기사입력 : 2014년 01월 14일

cambodia_factory_fainting_2011_08_30

국내 기업들은 이번 캄보디아 사태에 대해, 단순 시위 이상의 심각한 의미를 두고 있다. 이제 저임금에 기반한 해외생산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캄보디아는 국내 기업들에겐 해외공장이주 행렬의 종착지나 다름이 없었다. 국내 인건비가 비싸지니까 공장을 중국으로 옮겼고, 이후 중국 인건비도 상승하게 돼 동남아국가로 재차 옮기게 되었는데, 캄보디아는 그 중에서도 가장 노동비용이 저렴한 나라였다. 현지사정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캄보디아마저 임금 인상이 본격화된다면 더 이상 공장을 옮길 나라도 없다”고 말했다.

1990년대 이후 본격화된 국내 기업들의 해외투자 행선지는 주로 중국이었다. 하지만 중국 경제의 급속 성장으로 인건비가 급등하고 노동ㆍ환경규제 등은 강화되면서 2000년대 중반 이후 투자매력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등 글로벌 대기업들을 제외한 중소기업들, 특히 노동집약 성격이 강한 섬유 신발 완구 등 업체들은 이 때부터 동남아지역으로 공장을 대거 이동했다.

중국 다음 행선지가 된 ‘포스트 차이나’ 국가는 주로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이었는데 그 중에서도 캄보디아는 인건비가 가장 저렴한 나라였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광둥성 선전시 근로자는 주 48시간을 일하고 월 552달러를 받는 반면, 캄보디아 근로자는 주 60시간 일하고 월 90달러를 받는다. 중국 인건비의 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베트남이나 필리핀보다도 훨씬 싸다. 위치는 다른 동남아국가와 비슷하면서도 인건비는 매우 저렴한 캄보디아가 우리나라 영세 경공업 업체들로선 최적의 생산기지였던 셈이다.

현재 동남아 다른 국가들에서도 임금인상요구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캄보디아 외에 베트남, 인도네시아 역시 선거 등 정치적 이슈와 맞물려 노동계의 최저임금인상 요구가 수면 위로 떠오른 상태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국가 간 노동력 교류가 늘어 임금비교가 용이해진데다 노동권 보장을 위한 인식도 높아져 최근 동남아 전반에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 이어 동남아국가들까지 임금인상이 본격화된다면 기업들로선 더 이상 옮겨갈 곳이 없다. 코트라 박상협 해외투자지원단장은 “현재 동남아 시장 가운데 손재주가 좋은 미얀마 정도를 제외하고는 약 10년 뒤엔 기업들이 진출할 곳이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심지어 이젠 아프리카로라도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캄보디아를 비롯해 동남아에서 봉제 완구 등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중 상당수는 더 이상 공장이전보다는 아예 사업포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제에 우리나라 해외생산 구조와 전략의 대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건비에 기초한 노동집약산업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으며, 자연스럽게 고부가가치, 고기술 제품으로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주얼리를 비롯한 일부 가공품은 중국과 동남아로 갔다가 다시 국내로 생산기지를 유턴하는 상황”이라며 “인건비 매력이 사라진 이상 이젠 국내에서 고품질제품에 주력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 한국일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