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그리움도 병이다

기사입력 : 2012년 07월 11일

그리움이 눈처럼 쌓인 거리를 나 혼자서 걸었네 미련 때문에 흐르는 세월따라 잊혀진 그 얼굴이  왜 이다지 속눈썹에 또 다시 떠오르나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이는 가을비 우산속에 이슬 맺힌다

잊어야지 언젠가는 세월 흐름 속에 나 혼자서 잊어야지 잊어봐야지 슬픔도 그리움도 나 혼자서 잊어야지 그러다가 언젠가는 잊어지겠지 정다웠던 그 눈길 목소리 어딜 갔나 아픈 가슴 달래며 찾아 헤매이는 가을비 우산속에 이슬 맺힌다

74년 신촌 로타리는 최루탄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던 젊은 아픔들의 거리였다. ‘유신철폐 독재타도’를 목청 높여 외치고, 악으로만 질러대는 노래를 연속 5회 제창도 하고, 보도블럭을 깨 나르고 던지고, 개처럼 쫓기고,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두들겨 맞고…사과탄에 정통으로 맞아 기절도 하던 시절. 처절히 슬퍼하며 좌절했던 내 젊은 날의 초상이다.

그래도 신촌 로타리에는 우리들의 아지트’가을비 우산 속’이 있었다. 밤이 되면 발은 알아낸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언지…아! 네온사인조차 찬란했던’가을비 우산 속’. 그 때는 왜 그렇게 피가 끓었던가? 그리고 왜 그렇게도 예쁜 여자들은 많고 내 가슴은 설레고 뛰었던가? 어떻게든 꼬셔 보려고 세상의 모든 썰레발을 다 동원해 지저귀지 않았던가? 또 춤도 못추는 것들이 마치 천사의 댄서인 것처럼 미친 듯이 몸을 흔들고,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울던…마시다가 토해내고, 게워내고 또 마시던 술들은 다 무엇이었던가?

밤이 되면 본능처럼’가을비 우산 속’으로 모여들었었다. 누가 부르지 않아도 주머니에 동전이 달랑거려도 부나방처럼 모여 들었었다. 돈이 없어도 좋았다. 시계도 있고 학생증도 있다. 안되면 튀는 수도 있고, 걸려도 무릎 꿇고 앉아 친구들 오기만 기다리면 된다. 그래서 그때는 누가 언제 아르바이트 비를 받았는지가 지상 최대의 과제였다. (물론 예쁜 여자 전화번호 다음이지만…)

친구한테 전화가 왔다. 결혼하고, 아이들 키우고, 집 장만하고 살만하니 이제 퇴직이란다. 그런데 할 일이 없단다. 퇴직 전에는 이런 저런 것 해보자고 마음 먹고 사업구상도 했었는데 막상 퇴직하니 할 일이 없단다. 마누라가 못하게 한단다. (그러면 끝이지 뭐.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 그래서 막막하단다. 그래선가? 그 시절이 그립단다.’가을 비 우산 속’이 생각난단다. 나도 갑자기 그 시절이 그립다. 지금도 있을까?  최헌이 노래 부르던 신촌 로타리’가을 비 우산속 ‘ 그 추억, 그 사랑, 그 여인들? 다 잘 살고 있을까? / 정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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