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우칼럼] 환경오염을 걱정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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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운영하는 학교 바로 옆에 해산물 도매시장이 있다. 전국에서 잡힌 해산물이 이곳으로 모여 프놈펜 전역으로 공급되는 시장이다. 새벽 4시 반부터 시장이 열리는데 5시쯤이면 장마당이 해산물을 사러 온 사람과 그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로 가득 찰 정도로 붐빈다. 해산물 시장 옆에 살다 보니 늘 생선이나 조개 썩는 냄새에 시달려야 한다. 시장이 학교 북쪽 편에 있어서 주로 북풍이나 북동풍이 부는 건기에는 냄새가 여간 심하지 않다. 늘 그 속에 살다 보니 나는 냄새를 거의 느끼지 못하게 됐는데, 처음 학교를 찾는 학생이나 손님들이 더러 불평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시장이 있는 걸 알고 그 옆에 학교를 열었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

오늘 아침 옥상에 올라가 보니 시장 뒤편 호수가 온통 쓰레기장으로 변해 있었다. 썩은 생선은 물론 시장에서 흘러나오는 오폐수와 일반 쓰레기가 모두 그곳에 버려지고 있었다. 거기에 쓰레기만 버리는 게 아니다. 한꺼번에 몰려든 사람들은 그곳을 노천 화장실로 이용하기도 한다. 건기에는 몇 달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거기서 나오는 냄새가 더욱 지독하다. 요즘은 우기라서 바람 방향이 남서풍으로 바뀌어 냄새가 훨씬 덜하다. 비가 많이 내려서 오폐수와 쓰레기가 빨리 정화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건기에 메콩강변에 가 보면 강물에 섞여 흘러든 쓰레기와 주변에서 마구 버린 쓰레기들이 널려 있다. 비가 내려서 강물이 불어나면 다시 이것들이 강물에 쓸려 내려가서 주변이 좀 깨끗해진다. 메콩강은 캄보디아의 젖줄이다. 강폭이 넓고 수량이 많아서 멀리서 보면 장엄하기까지 하지만 가까이서 강물을 들여다보면 1m 아래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물이 탁하다. 엷은 흙탕물에 각종 부유물이 섞여서 흐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에 개의치 않고 그 물에서 목욕을 하고 빨래를 하면서 살아간다. 강 위에 배를 띄워놓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 물이 바로 식수가 된다.

프놈펜은 하루나 이틀에 한 번꼴로 쓰레기를 수거해 간다. 그러나 아직은 쓰레기 분리수거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 등이 쓰레기차에 한꺼번에 실려서 나간다. 이렇게 수거된 쓰레기의 대부분은 매립되고 있다고 하는데, 특별한 분리 과정이나 처리 과정 없이 매립되기 때문에 토양 오염이나 공해 문제가 우려된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캄보디아는 공업이 발달해 있지 않아 공해 문제는 그리 심각한 편이 아니다. 공업 분야에서 가장 비중이 큰 봉제 공장은 유해 가스나 오폐수 등 오염물 배출이 별로 없기 때문에 당장은 산업공해 문제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그렇지만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생활 쓰레기 배출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캄보디아는 산업화나 도시화가 늦은 관계로 비교적 청정한 자연 상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변화의 조짐으로 보아 이런 상태를 계속 유지해 나가기가 어려울 것 같다. 개발 바람을 타고 녹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날로 증가하는 오염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머지않아 환경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시급한 것은 국민들에게 자연을 보전하고 환경을 정화해 나가려는 인식을 길러 주는 것인데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낮에는 강렬한 태양과 짙푸른 하늘이 있고, 밤에는 하늘 가득 별빛이 빛나는 나라 캄보디아…늘 그랬으면 좋으련만. / 한강우 한국어전문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