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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순칼럼] 세상을 이끌어가는 힘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 가운데 하나는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오줌 방울들이 햇빛에 반짝이며 나부끼는 광경이다.” 여러 우주비행사들이 회고록에 쓴 내용이라고 한다. 인간은 광활하고 신비로운 우주공간에서조차 사람과 연관 있는 것을 통해 아름다움을 느끼는 듯하다. 우주비행사 선발요건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과 거리가 먼 인간적인 자질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실제 우주인의 주 임무가 우주선을 수선하고 조립하는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일인데다, 밀폐된 무중력 공간에서 동료들과 부대껴야하기 때문이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 동안 목욕은커녕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자칫 방심했다가는 음식 파편, 재채기 콧물, 똥 덩어리가 둥둥 떠다니게 되는 협소한 공간에서 단순하고 지루한 일을 함께 수행할 수 있는 캐릭터란, ‘예리한 천재’보다 ‘다정한 친구’가 제격인 것이다. 그래서 NASA의 우주비행사 선발조건 중 첫째 덕목이 친화력, 배려심, 유연성과 더불어 유머감각까지 겸비한 “가장 매력적인 사람일 것”이라고 한다.
2003년 영국의 한 신문사에서 “런던에서 맨체스터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에 대해 현상공모를 했다. 지리학자, 수학자, 과학자 등 내로라하는 사람은 물론 수많은 영국인이 참여했다. 지하 진공파이프 라인, 초음속 비행기, 기차, 배, 지름길…, 온갖 수단이 동원되는 가운데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으나, 당선안은 한 초등학생의 “좋은 친구와 함께 가는 것(with good friend)”이었다.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모두 동의했다고 한다. “미인과 함께 있으면 1시간이 1분처럼 느껴지지만 뜨거운 난로 위에서는 1분이 1시간보다 길게 느껴진다.”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같은 시간개념인 셈이다.
신문에 “직장 내 이상형 동료”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났다. ‘만날 때마다 밝게 웃어주는 스마일형 동료’가 37%로 1위를 차지했다. ‘친절형’, ‘배려형’이 그 뒤를 이었고 의외로 ‘능력형’과 ‘사교형’이 꼴찌였다. 첨단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시대라지만 여러 분야의 구성원 간 호감도에 대한 연구가 끊임없다. 묘하고 재밌으며 변덕스러운데다 허물투성이인 ‘사람’이 영원한 관건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끌어가는 힘이 천재적인 능력보다는 인간적인 관계에서 나오는 모양이다.
장 폴 사르트르는 “만약 지옥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타인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남의 불행을 즐기는 것 말고는 매사에 냉소적인 한심한 존재,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오금이 저리게 하는 탁월한 존재, 아무리 의식 하지 않으려 해도 타인과의 관계란 여의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나면 마음이 풀어지면서 무장해제가 되는 사람이 있다. 횡설수설하는 중에 밥알이 튀어도, 무식이 뽀록나도 아무려면 어때 싶어지는 사람. 천국과 지옥이 따로 있겠는가. 맘 편한 사람이 천국이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사람이야말로 지옥일 터이다. / 나순 (건축사, http://blog.naver.com/naa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