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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우칼럼] 훈센은 운이 좋다
지난 주, 훈센 총리 부친의 장례식이 있었다. 시아누크의 장례를 지켜보았던 이들에게는 총리 부친의 장례식이 매우 간소하게 치러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인근 국가인 태국과 라오스, 베트남의 정상들이 직접 문상을 왔고, 군사 쿠데타로 밀려나 해외 체류중인 태국의 탁신 전 총리가 빈소를 찾아 조문할 정도로 훈센의 힘은 막강하다. 장례 기간 내내 캄보디아의 방송들이 빈소 동정과 장례 의식을 장시간 다룸으로써 훈센의 인간적 풍모가 자연스럽게 국민들에게 각인되는 계기가 되었다. 고인에 대해서는 결례가 될지 모르지만 부친의 죽음이 훈센 총리에게 또 하나의 행운을 가져다주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왜냐 하면, 이번 일요일에 캄보디아의 총선이 치러지고 차기 5년을 이끌어갈 총리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지금 캄보디아는 국회의원 선거 열기로 전국이 뜨겁다. 선거 운동 차량과 오토바이 행렬이 프놈펜 시내 곳곳을 누비고 다니고, 지지를 호소하는 확성기 소리가 끊일 새가 없다. 이번 선거에 8개의 정당이 후보를 내고 있지만, 길에 돈을 뿌리고 다닌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훈센 총리가 이끄는 캄보디아 인민당(CPP)이 선거 운동을 압도하고 있다. 여기에 맞서 싸우는 캄보디아 구국당(CNRP)은 제1 야당임에도 불구하고 초라한 행색으로 선거 운동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나, 훈센 정권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전문가들은 전에 비해 야당의 약진이 두드러질 거라는 예상을 하기도 한다.
이럴 때 훈센 총리 부친이 세상을 떠났다. 장례 기간 내내 TV에 비친 훈센의 얼굴에선 카리스마 넘치는 절대 권력자의 면모는 풍기지 않았다. 부친의 시신을 응시하며 눈물을 훔치고 슬픈 표정으로 조문객의 위로를 받고…보통 사람 훈센만이 거기에 있었다. 강성적 성향이 강한 캄보디아 국민들의 동정을 받기에 충분했다. 이보다 더 효과적인 선거 운동이 어디 있겠는가. 지난해에는 캄보디아 사람들이 가장 흠모하는 시아누크 전 국왕이 세상을 떠났다. 훈센 총리는 시아누크의 자식들 이상의 위치에서 그의 장례식을 성대하고 정중하게 치러 국민들로부터 신망을 얻었다. 이번 선거에서 그러한 이미지가 훈센이 이끄는 캄보디아 인민당에 큰 힘이 될 것은 분명하다. 절묘한 시기에 세상을 떠난 두 사람, 훈센은 참 운이 좋다.
2008년 총선에서도 훈센은 커다란 행운을 얻어 권력 기반을 확고하게 구축할 수 있었다. 선거 직전, 세계문화유산 등재로 촉발된 태국과의 쁘레히어 비어 사원 영유권 분쟁에서 승리하여 국민들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승리에 도취된 분위기를 선거 운동으로 끌고 가 국회의원 123석 중 90석을 차지하는 성과를 거뒀다. 차량마다 사원 실물 사진과 구호를 붙이고 국민 단합을 고취하여 태국에 대한 국민적 열등감을 자신감으로 대치시키는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끌어내 선거에서 압승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권력을 거머쥐었다. 훈센은 역시 운이 좋았다.
투표일을 1주일을 앞두고 캄보디아 구국당 총재 삼랑시가 망명지 프랑스에서 돌아왔다. 과거 캄보디아가 지배했던 땅에 설치된 베트남 국경 표지목을 뽑는 퍼포먼스를 했다고 해서 이것을 포함한 몇 가지 죄목으로 11년 징역형을 받자 삼랑시는 프랑스로 망명했었다. 그는 프랑스에서 야당을 원격 조종하면서 훈센의 최대 정적으로 부상했다. 형식상으로는 훈센의 사면 요청에 의해 국왕이 사면권의 시혜를 베풀었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적 압력에 훈센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도 훈센은 건재하겠지만 국민의식이 깨어나고 국제적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그의 앞날은 결코 녹록치가 않다. 또 어떤 행운이 그를 지켜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