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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칼럼] 비젼과 리더쉽
비전은 대중이 공감하는 희망의 목표다. 자부심을 심어주고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내일이 오늘보다 낫다고 믿게 하는 것이다. 비전은 대중이 아쉬운 것을 찾은 지도자가 처방으로 내는 것이다. 필요한 것이라야 지도자의 비전이 그들의 선택이 되기 때문이다. 비전은 대중의 참여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강제할 수는 없고 자발적이라야 한다. 대중이 부담을 나눠져야 구현될 수 있는 비전을 그들이 납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방세계가 보기에 스탈린과 고르바초프의 차이는 사탄과 천사의 그것만큼 크다. 폭정에도 불구하도 스탈린이 죽자 많은 소련인이 슬퍼했다. 소련을 세계가 주목하는 강한 나라로 끌어올린 지도자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강요한 희생보다 그들에게 심어준 자부심을 더 높이 산 것이다. 서방세계 기준으로 고르바초프는 억압의 족쇄를 풀고 자유를 준 지도자다. 그런데 러시아인들은 고르바초프에 공감하기는커녕, 그를 경멸하는 것으로 보인다. 왜 그들의 평가는 다른가?
고르바초프는 개혁과 개방에 나선다. 깊게 곪은 이념과 체제의 상처에 손대려는 안간힘이다. 그래서 냉전이 끝나고 소련이 새 역사를 여는 것으로 비쳤다. 그러나 70년 소련 공산주의 역사를 닫는 마지막 페이지가 된다. 소련사람들이 볼 때 고르바초프는 실패한 지도자다. 개혁과 개방은 자유와 함께 혼란과 궁핍을 낳는다. 나라도 ‘대국’의 모습을 잃고 쪼개진다. 문제는 자존심, 자부심일 수 있다. 나라가 굴욕스럽다고 보면 자기도 수치스러운 존재가 되었다고 여길 것이고, 지도자가 이런 상황을 낳았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멸시할 것이다. 서방세계는 고르바초프를 역사적 인물로 기록하고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대중의 시선이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들의 심리에 남긴 상처 때문이다.
바른 소리로 한(漢)나라 무제(武帝)를 심기를 건드려 사형을 당한 처지에서 궁형을 자원해 거세된 사람이 사기(史記)를 쓴 사마천이다. 그는 모두가 흉노와 싸우다 패한 장수 이릉에게 돌을 던지는 가운데 감히 황제 앞에서 감싸다 화를 당했다. 사마천은“나는 황제가 이 문제를 보다 넓은 시야에서 보도록 간했다. 자신들의 실수를 정면으로 지적받으면 속이 뒤집히는 심리다. 그러나 이릉은 잘 싸웠고 그가 적에게 가한 손실도 큰 만큼 비탄할 것이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사마천은 그래서“하늘이 옳은가, 그른가? 꼭 착한 사람이 번성하고 악한 사람이 망하는 것이 아닌 현실에서 운명을 긍정할 것인가, 부정할 것인가?”를 생각하며 사기 130편을 썼다.
자신감이 강한 지도자일수록 바른 말을 수용하기 어렵다. 미처 깨닫지 못한 것을 일깨우는 현명한 간언 정도라야 그런대로 받아들인다. 한무제(漢武帝)가 사마천에게 그렇지 못했던 것은 권력이 너무 컸던 탓이다.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 현명한 간언에 대한 너그러움인 셈이다./ 정지대 정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