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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189화 송구영신 액막이 굿판 “뜨롯 춤극”
뜨롯 춤극(Robam Trot)은 크메르 신년에 공연하는 민속 춤극으로 캄보디아인에게는 전년도의 액운을 물리치고 새해를 불행 없이 맞이하려는 바람이 담겨 있다. 이외에 새해가 제법 지났어도 건물의 오프닝 행사라면 액막이 성으로 판을 벌이기도 한다. 이 춤극은 바탐방, 뽀삿, 씨엠립 및 태국의 수린과 스리사켓의 크메르인, 뽀족, 수오이족, 썸레족의 전통이다. 춤극의 유래는 똔레삽 근처의 산비탈에서 최초로 공연되었다. 이후 여러 지방으로 확대재생산 되면서 1955년과 1960년경에는 공작과 무용수를 포함하여 다양한 등장인물이 추가되었다.
옛날에는 야생 생물이 인간의 정착지에 가져올 불운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 춤극을 공연했다. ‘뜨롯(Trot)’라는 말은 “마무리하다”를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에서 유래했으며, 전년도의 마무리를 뜻한다. 고대부터 왕들은 신년이 되면 게임을 즐기고 다양한 공연을 관람했는데 여기에는 뜨롯 춤극도 포함됐다. 현대에 와서도 왕은 종종 백성들에게 뜨롯 춤극을 공연하게 했다. 오늘날은 씨엠립주의 꿀렌산에 사는 썸레족이 뜨롯 춤극을 어떻게 공연하는지 정확히 아는 토착민으로 알려져 있다.
뜨롯 춤극의 근원설화 가운데 하나를 소개하자면, 어느 날 숲에서 사냥꾼이 야생 동물을 한 마리도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냥꾼은 숲의 정령이 방해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제물을 올리고 기도를 드렸다. 그때 어디선가 털이 밝게 빛나고 뿔도 보석처럼 고귀한 황금 사슴이 나타났다. 너무나 아름다운 사슴에 매료된 그는 즉시 왕에게 바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왕이 크게 기뻐하여 사냥꾼을 지역을 다스리는 지방관으로 임명했다. 이후부터 사냥꾼은 자신에게 행운을 가져다준 숲의 정령에게 바치는 제물로 춤 공연을 계속했다고 한다.
공연단의 선두에는 소리꾼과 함께 무용수가 나가(Naga, 큰뱀)의 몸통마냥 굽어진 긴 막대를 앞으로 향하도록 잡고는 휘휘 흔들면서 등장한다. 마치 무당이 신을 부르는 듯이 대나무를 허공에 젓는 듯하다. 나가의 목은 색색이 천 조각과 황색 주머니가 달렸고, 몸통도 신당에 쳐지는 금줄이 길게 연결되어 있다. 이들의 뒤로 4명 또는 6명의 무용수가 2.5m 높이의 장대를 들고 등장하는데 마치 숲의 나무를 표현하는 듯하다. 장대의 꼭대기는 역시나 금줄마냥 천조각이 매달려 있고 방울도 달려서 무용수가 장대를 내리칠 때마다 쇠가 부딪친다.
춤극이 시작되면 크메르 악기 연주에 맞추어 모든 등장인물이 무대를 채우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배경이 되는 장대들과 작은 북을 잡은 연주단이 장승처럼 무대를 장식하면 사냥꾼과 사슴이 역시 장단에 맞춰 몸을 들썩이며 사방팔방 껑충거리며 쫓거나 쫓기는 동작을 연출한다. 이어 숲의 정령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서는 사슴을 포획하도록 도와준다. 거인 악마들은 칼을 휘두르며 사슴을 위협하고, 마녀들은 길고 날카로운 검은 손톱으로 못살게 군다. 들소도 뿔로 들이받으며 일전을 펼치다가 최종적으로는 공작들이 사슴의 숨통을 끊어 놓는다.
이처럼 이야기가 끝나면, 이제는 굿판을 주최한 자가 무대에 나와서 쓰러진 사슴의 머리 위로 말리(자스민) 꽃을 듬뿍 뿌려 회생시킨다. 이렇게 살아난 사슴과 공연진이 다시 활기찬 율동을 하고, 나가 목에 걸린 주머니로 관객들로부터 보시를 받으면서 피날레를 장식한다. 대체로 뜨롯 춤극은 마을에 접근하는 모든 야생 생물이 불운과 비극을 초래한다는 개념이다. 또한 가뭄 동안 비를 기원하기 위해서도 공연했다. 오늘날은 크메르 신년뿐만 아니라 새로운 출발의 자리에서 행운과 번영을 위해 프놈펜 도심에서도 공연된다.
글 이영심
前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