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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182화 재물과 행운을 손짓하는 “니엉벅바오이”
캄보디아에서도 태국과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업장마다 ‘행운을 부르는 여신상’을 볼 수 있다. 캄보디아어로는 “니엉벅바오이”라고 불리는데, ‘아가씨’를 뜻하는 ‘니엉’과 ‘누군가를 부르는 몸짓을 하다’를 뜻하는 ‘벅바오이’를 조합했다. 압사라 공연의 무용수를 닮은 그녀는 곱게 무릎을 꿇고서 왼손은 바닥을 짚고 오른손은 들어서 손짓한다. 신상의 크기는 상당히 작은 편인데, 그래서인지 자리하는 곳의 형식도 구색이 없는 듯하다. 접견용 탁자의 한 켠이나 계산대의 한 뼘도 안 되는 곳에서 잡동사니와 섞여 있기 일색이다. 물론 가끔은 주변에 제단이 있어서 향을 피우고 음료가 올려지는 정황도 있다.
외국인의 입장으로는 태국에서도 똑같이 볼 수 있고, 일본에서는 행운의 고양이 “마네키네코”와도 닮아서 아류작 정도로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고대 동남아시아에서 제국의 반열에 있던 역사를 토대로 주변국 문화의 종주국임을 자처하는 캄보디아로서는 원시 토착 신앙을 기원으로 “니엉벅바오이” 여신상 역시 크메르족의 고유문화로 인식한다. 이에 따르면 그녀는 곡식, 특히 쌀을 관장하는 여신으로서 풍요와 부를 상징한다. 오늘날 가게에서 볼 수 있는 여신상은 1세기 초에 전래된 인도 문화의 영향으로 왕관을 쓰고 복장이 화려하지만, 학자들은 앙코르 이전의 조각을 토대로 왕관이 없이 평범한 여성의 이미지라고 한다.
한편, 라마야나와 같은 인도 문학과 부처의 생애에 관한 이야기는 고대부터 크메르인의 신앙과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관련 이야기에 따르면 “니엉벅바오이” 여신은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부와 풍요의 여신인 락슈미 여신(Lakshmi)의 화신으로 표상한다. 락슈미 여신은 힌두교 3대 신의 반열에 있는 비슈누 신의 아내로 행운과 성공을 가져다준다 하여 상인들로부터 특히 인기가 높다. 불교에 전래해서는 ‘길상천(吉祥天)’이라 불리며, 회화에서는 주로 연화좌에 앉거나 서서 연꽃을 들고 있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인도 사왓티 지방은 옛날 인도의 8대 불교 성지 가운데 첫손가락으로 꼽는 곳이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작은 마을에 수칫 브라흐마(Suchit Brahma)라는 남자가 아내 수몬타(Sumontha)와 딸인 수파와디(Supawadee 또는 Subhavadi)와 살고 있었다. 매일 그는 팔 것을 수레에 싣고 아내와 함께 멀리 떨어진 시장에서 생계를 이을 정도의 장사를 했다. 언젠가부터는 수파와디도 부모님을 도와서 장사를 거들었다. 아름다운 그녀가 좌판대에서 무릎을 접고 앉아 오른손을 들어 호객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어느 날 수파와디는 아라한(“깨달은 성자” 또는 불제자의 최고 지위) 반열의 가사바테라(Phra Gasabatera) 성자와 시발리테라(Phra Siwaleetera) 성자로부터 법문을 듣고서 통찰을 얻어 신봉자가 되었다. 수파와디의 믿음과 헌신을 보고 두 성자는 그녀가 사업, 부, 번영을 끌어들이는 힘을 갖도록 축복했다. 그 후 장사는 성황을 이루며 성공했으며 수파와디의 부모는 딸이 번영과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었기 때문에 항상 그녀를 따라오게 했다. 그래서 수파와디가 죽은 후 마을 사람들은 그녀의 동상을 세워 사업에 축복을 빌었고 이러한 믿음은 이후로 동남아시아 문화에도 전해져서 지금처럼 대중화되었다.
이 외에도 “니엉벅바오이” 여신은 원시 신앙의 다른 여신들과 마찬가지로 붉은 물을 선호하는 듯하다. 캄보디아의 토착화된 원시 신앙 중에는 여성 신령의 강력한 기운을 달래기 위해서 인신 공양을 집전하기도 했다는데 아마도 붉은 물은 이러한 ‘피’를 상징한다. 그러나 현대의 “니엉벅바오이” 여신상은 때로 엄지공주만큼이나 왜소해서 그 신앙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그녀의 존재는 그저 그곳이 비즈니스 공간이라는 정도만 알리는 듯하다.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행운을 기대한다면 붉은색이 가미된 음료 정도를 바치는 듯하다.
글 이영심
前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