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168화 캄보디아 극본 “사장님, 나빠요!”

기사입력 : 2024년 12월 17일

4-sd▲2018년 CKCC(한캄협력센터)에서 “사장님, 나빠요! (타으까에쩟짜오)” 연극

『타으까에쩟짜오(Thief-Minded Boss; 도둑놈 심보의 사장님)』는 1956년 뻐으유렝과 음츠은이 쓴 현대 희곡으로 1989년에 교육부가 처음 출판했다. 작품은 캄보디아가 프랑스 식민지(1863-1953)에서 독립한 이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 사이에 있었던 분열을 묘사하고 있다. 연극은 자본가의 잔혹함과 당국의 부당함, 노동자들의 결속을 보여준다. 이로써 작가는 자본주의의 부정적이면서도 압도적인 힘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말미에서 무자비한 사장님은 공정과 정의를 옹호하는 노동자들을 여지없이 패배시키고 투옥한다.

무대는 전체 7장으로 구성한다. 1장은 사무를 보는 젊은 청년 파닛과 사장님의 운전수 험 아저씨의 이런저런 대화 장면이다. 여기에는 파닛이 어제 들었다는 교통사고에 대한 것도 있다. 즉, 험 아저씨가 차를 몰아서 옹빵홍리 사업가의 차를 치였는데, 그 사고로 3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도 속출했다는 소식이다. 사고를 낸 험 아저씨는 도망을 쳐서 현재 수배 중인데 오늘 갑자기 여기에 나타나서 파닛은 자기가 가진 적은 돈이라도 줘서 도망가도록 설득하지만 험 아저씨는 계속 사장님을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다.

사실 어제 낸 사고는 사장님이 험 아저씨를 사주해서 벌인 일이었다. 사장님이 약속한 돈은 1만 리엘이었다. 오늘날에야 1만 리엘이 고작 2.5달러에 불과한 가치지만 1956년 당시에는 1달러 환율이 35리엘이던 시대라서 대략 285.70달러의 가치였다. 찢어지게 가난한 험 아저씨는 1만 리엘이 수중에 생긴다는데 교통사고 한 번 내는 것쯤은 어려운 결심이 아니었다. 또 혹시나 잡히더라도 사장님이 돈을 써서 자신을 구해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무엇보다 병져 누운 아내의 병구완을 위해서라도 그 돈이 꼭 필요했다.

 5-8▲2018년 CKCC(한캄협력센터)에서 “사장님, 나빠요! (타으까에쩟짜오)” 연극

2장에서는 드디어 사장님이 등장한다. 험 아저씨는 자신의 목숨값이나 진배없는 1만 리엘을 요구하지만, 사장님은 고작 200리엘(대략 5.70달러)을 던지면서 먹고 떨어지라고 소리친다. 특히나 사람을 죽이라고 한 적은 없다고 발뺌하고는 경찰에 잡히더라도 전적으로 험 아저씨의 과실이니까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한다. 아무리 사정해도 약속한 돈을 주지 않자 험 아저씨는 사장님이 교통사고를 사주한 사실을 아는 증인이 여럿 있다고 밝히면서 이참에 자수해서 함께 콩밥 먹자고 소송을 불사하기로 한다.

3장은 험 아저씨와 사장님의 1만 리엘 사건을 공유하고 연대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4장에서는 험 아저씨와 사장님의 입씨름에 젊은 청년 파닛도 가담해서 1만 리엘을 촉구하고 나섰다. 5장에서는 험 아저씨의 아내가 등장해서 4-5일이 지나도록 남편이 집에 안 들어오더니 드디어 경찰이 집에 들이닥쳤다고 전하면서 사장님에게 매달린다. 이에 사장님은 300리엘을 던지면서 남편을 빨리 도망시키라고 말하지만 험 아저씨는 그 돈을 못 받게 한다.

noname01▲“사장님, 나빠요! (타으까에쩟짜오)” 연극에서 험 아저씨 배역

6장에서는 노동자 그룹이 가세했다. 사장님은 일할 시간에 노동자들이 여기서 뭐하는 거냐고 야단이다. 그러나 파닛은 험 아저씨를 고용해서 교통사고를 사주했으면서 약속한 대가조차 거절하는 사장님의 불의를 지적하고 “도둑”으로 몰아세운다. 험 아저씨 역시 노동자의 피와 땀을 돈벌이로만 생각하고 자신을 속여서 희생양으로 만들었다고 성토하면서 “정의”를 구현할 것을 주문한다. 이에 대해 사장님은 세상에 정의는 없다고 외치면서 노동자들에게 입을 닫는 대가로 각각 1천 리엘(약 28.50달러)씩을 제시한다. 이것도 거절하자 1인당 1만 리엘까지 인상됐지만, 사장님을 고발하려는 노동자들의 각성은 계속됐다.

마지막 7장에서 “도둑”이 들었다는 제보가 있었다면서 경찰이 들이닥친다. 이에 험 아저씨는 전날 교통사고를 일으킨 범인이라고 자수하고는 자신에게 범죄를 사주한 사장님도 같이 체포하라고 고발한다. 그러자 사장님은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를 거절했더니 자신을 모함한다고 너스레를 떨고는 경찰들에게 2만 리엘을 주기로 귓속말로 약속한다. 경찰들의 심문에 노동자들이 모두 사장님이 “도둑”이라고 했지만, 쇠고랑을 채워 잡혀가는 이는 험 아저씨 단 한 명뿐이다. 그리고 사장님은 노동자들을 해고해서 모두 쫓아냈다.

80-이영심

글 이영심

前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