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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기에 가기 좋은 까엡(Kep)-깜폿 여행기, 원조 맛집부터 떠오르는 핫플레이스까지 총정리
캄보디아에서 가장 살기 좋은 시기, 시원한 건기가 시작되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고 비가 오지 않아 바닷가로 산으로 어디든 떠나기 좋은 계절이다. 바쁜 연말이 시간 되기 전에 콧바람을 쐬고 싶은 분들에게 까엡-깜폿 여행을 추천한다.
11월의 상쾌한 새벽 새로 생긴 이마트24 캄코점에 들러 간단한 간식을 준비하고 캄폿으로 향하였다. 연휴로 복잡할 교통 사정을 피하기 위해 새벽에 출발했고 이 작전은 명중했다. 프놈펜에서 캄폿까지 3번 국도를 타고 막힘없이 달렸다. 재정비된 도로는 예전의 울퉁불퉁했던 기억을 싹 날렸다.
3시간을 달려 드디어 캄폿에 도착!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이른 시각에 움직인터라 배고픈 세 아이를 달래고자 캄폿의 상징인 두리안 조각상이 있는 로타리 옆 프놈 키우라는 이름의 로컬 식당에 들어갔다. 실패 없는 돼지고기덮밥(바이쌋찌룩)과 쌀국수(꾸이띠유)로 배를 든든히 하고 캄폿에 온 목적을 달성하러 움직였다.
이번 캄폿 여행의 목적중 하나는 올해 새로 생긴 해마상 앞에서 인증샷이었다. 해마상과 더불어 강 건너 자리한 시계탑이 이 자리한 강변을 산책하며 첫 아침의 여유를 즐겼다. 강변 풍경은 이른 아침부터 해마상과 시계탑을 보러 온 캄보디아 관광객으로 붐볐다. 길가에는 아이들의 마음을 훔치고자 중국산 장난감, 선글라스와 간식거리를 판매하는 노점상이 눈을 끌었다. 과거 한적했던 깜폿 강변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어엿한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는 듯 했다.
걷다보니 땀이 삐질삐질 나기 시작했다. 깜폿 여행의 2번째 목적인 피쉬마켓 건물을 리모델링한 깜폿 스타벅스로 향했다. 각 나라의 분위기를 지키고 거기에 스타벅스만의 감성을 덧입히는 센스가 돋보인 매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캄보디아 스타벅스 매장 중에서는 단연 깜폿이 1등이라고 할 수 있다. 무더운 바깥 날씨와 대조되게 쌀쌀한 에어컨 바람이 풀가동중인 매장이었다. 아이들은 학생 할인(20%)을 받아 음료를 부담없이 주문했다. 에어컨 바람보다 강 바람이 좋은 손님을 위해 야외석도 대규모로 준비되어 있다.
카페에서 여유를 누린 뒤 캄폿을 떠나 까엡에 도착한 후 피쉬 마켓 옆 식당 거리에 위치한 해산물 레스토랑 ‘홀리크랩’에서 점심을 해결하였다. 피쉬카레, 크림게살, 새우후추볶음 등 메뉴는 현지의 신선한 재료와 풍미를 살려 맛이 훌륭하였다. 주변 식당에 비해 $1~2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가게 내부 위생상태와 인테리어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 로컬에 가면 로컬 분위기를 즐겨야지! 라고 주장했던 필자도 합리적인 가격과 분위기에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특히 크림게살은 부드럽고 풍미가 깊어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 온 것 같은 인상적인 추억을 남겼다.
식사를 마친 뒤 까엡에서 새로 떠오르는 명소인 ‘Kep Rope Zip Café’로 향하였다. 카페로 향하는 계단은 처음에 꽤 높아 보였다. 숨이 차오를만하면 도착한 카페는 짚라인을 타며 까엡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액티비티 카페였다. 짚라인 코스는 1시간에 $20인데 짜릿한 체험과 멋진 풍경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연휴나 주말에 짚라인의 인기가 매우 높아 사전에 예약할 것을 추천한다. 특히 탁 트인 바다와 푸른 숲이 어우러진 경관이 일품이었다. 짚라인을 타지 않더라도 카페만 이용하며 인생샷을 남기는 관광객도 많았다. 까엡 바다의 해변 뷰가 한눈에 보이는 사진 스팟으로 유명하다.
다음 날 까엡의 숨겨진 보석 Kep Coffee에 들러 빵과 디저트를 맛보았다. 까엡이 숨은 빵 맛집이라는 사실은 뜻밖이었다. 프렌치토스트와 브라우니는 촉촉하고 풍미가 좋아 감탄을 자아냈다. 미국인 남편과 캄보디아인 아내, 그리고 사랑스런 두 딸이 운영하는 이 카페는 (가보지는 않았지만) 미국의 시골 마을 가정집으로 초대된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베이커리 외에 퀘사디아, 파히타 등 멕시칸 메뉴도 훌륭하다. 한가롭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 특별했다. 작은 인테리어 소품 하나하나에 감성이 묻어 있어 보는 즐거움도 더해졌다. Kep Coffee 근처에 생긴지 약 1년 정도 된 Delis도 강력 추천한다. Kep Coffee가 나만 알고싶은 작은 맛집 분위기라면 Delis는 수준 높은 베이커리 종류와 캄보디아식 아침 식사도 제공하는 규모가 있는 레스토랑이다.
까엡 여행의 큰 목적은 꼬 톤싸이(Koh Tonsay, 토끼섬)에 가기였다. 까엡은 자주 가봤지만 매번 베란다, 보꼬산 코스였다면 이번 여행은 좀 이색적인 여행을 하고 싶었다. 섬 안에도 식당, 숙소가 있다는 정보는 봤지만 나름 캄보디아 잔뼈가 굵은 우리는 당장 크랩 마켓으로 향했다.
입구부터 북적한 크랩마켓. 로컬 분위기를 느끼기엔 이보다 더 적합한 장소가 없다. 신선한 해산물을 파는 가게들이 입구부터 가득이다. 주먹보다 왕 새우 1.2kg(65,000R) 생물을 사서 시장 안에서 찌는 동안(약 20분 소요) 전략적으로 갑오징어 2꼬치($40,000R), 한치 꼬치 10개(15,000R), 소프크랩 튀김(10,000R), 작은새우튀김(10,000R), 말린생선(10,000R)을 구매했다. 더운 시장에 익숙치 않은 아이들은 헥헥 거렸지만 시장 안 음료 가게에 앉아 콜라 하나씩 손에 쥐어 주니 조용해졌다. 곧이어 아이스박스 2개를 구매해 하나는 음식, 하나는 음료를 담았다. 2천 리엘어치 얼음을 가득 채우니 두 아이스박스가 가득 찼다.
여느 재벌 부럽지 않은 만만의 준비를 마치고 이어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꼬 톤싸이로 향했다. 까엡에서 배로 약 20분 소요되는 섬은 고요한 바다와 한적한 해변을 자랑했다. 배는 왕복 $25이고 캄보디아인은 8인까지 탑승 가능하며, 외국인은 6인으로 제한되어 있다.
까엡의 한가지 단점이라면 짧은 해변과 불투명한 바닷물인데 꼬 톤싸이에서는 투명한 바닷물 속 소라게와 조개를 잡으며 자연을 즐길 수 있었다. 시하누크빌에 비해 백사장은 짧았지만 물속 열댓 발자국만 들어가도 고운 모래가 발밑에 닿아 아이들과 함께하기에 적합하였다. 해변에서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해변에 한 곳만 운영하고 있는데 발 마사지($6/30분)와 오일 마사지로 피로를 풀며 바닷바람과 함께 스르르 단잠에 들었다. 관광지라 가격대는 높았지만 해변에서의 마사지라는 호사를 누려보는 것치곤 괜찮았다. 눈앞의 바다와 함께하는 이 순간은 여행의 피날레를 완벽하게 장식하였다.
까엡과 깜폿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매력과 자연의 풍요로움을 간직한 곳이다. 중국의 진출로 소박한 맛을 잃어버린 시하누크빌에 상심해 있는 교민들에게 까엡은 그때의 향수를 자아내기에 충분할 것이다. 시원한 건기에 누릴 수 있는 까엡, 깜폿! 우기가 시작 되기 전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