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263화 물축제의 히로인, 배경기 출전팀

기사입력 : 2024년 11월 13일
▲ 2023년 11월 28일 프놈펜 똔레삽강에서 열린 물축제에서 보트 경주 참가자들

▲ 2023년 11월 28일 프놈펜 똔레삽강에서 열린 물축제에서 보트 경주 참가자들

물축제는 캄보디아에서 본엄뚝으로 더 많이 불려진다. ‘본’은 ‘행사’, ‘엄뚝’은 ‘배를 젓다’라는 뜻이니까 본엄뚝은 보트 레이싱 축제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이 행사는 크메르제국 자야바르만7세 왕대(재위: 1181-1218)인 12세기에 처음으로 시작됐다. 당시 캄보디아를 침범했던 참파국과의 해전(1177-1181)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고 크메르 해군의 용맹함을 드높이고자 진행됐다. 오늘날은 물축제 한달 전부터 캄보디아 전역의 주요 강가마다 프놈펜 배경기 본선에 출전할 400여개 팀을 선발하기 위해 지역마다 예선전이 치러진다.

한편, 21세기 물축제 배경기 버전은 비극으로 점철됐다. 2010년에 좁은 다리 위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해 347명이 사망한 이후 이듬해는 전년도의 비극적인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서 물축제 행사가 중단됐다. 2012년에는 노로돔 시하누크 선왕의 서거, 2013년에는 국가 행사인 총선의 부정선거 의혹에 따른 대규모 시위확산을 의식해서, 2015년 가뭄과 함께 정치적으로도 시위 발생을 우려해서, 2020년부터 2년간은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은 프놈펜에서 아세안 정상회의 개최 등으로 배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이렇게 취소될 때마다 캄보디아 사람들은 물 축제에서 영혼이 부족하다고 말할 정도로 실망감이 역력했다. 배경기야말로 물축제의 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용 배는 드래곤(Dragon) 보트라고 불리는데 길이는 대략 30m이고 50여명이 승선할 수 있다. 뱃머리와 꼬리에는 신성한 제단을 마련하여 향과 쌀, 바나나, 코코넛 등의 제물을 놓는다. 선체의 모서리는 나가, 코끼리, 악어, 하누만, 공작, 가루다 등을 조각하고, 몸통은 뱀처럼 기다랗고 날렵한 유선형으로 깎았다. 경주가 시작되면 선두에 앉은 지휘자의 구령에 맞춰서 수십여 개의 노가 일사불란하게 저으며 빠르게 전진한다. 본선은 출전팀을 나눠 3일간 경주한 기록에 따라 마지막날 선정된 최종우승팀이 국왕으로부터 상금이나 식료품 등을 하사받는다.

▲ 2023년 11월 28일 프놈펜 똔레삽강에서 열린 물축제 폐막식에서 보트 경주 참가자들

▲ 2023년 11월 28일 프놈펜 똔레삽강에서 열린 물축제 폐막식에서 보트 경주 참가자들

2023년 당시에는 총 337척의 보트와 20,417명의 노 젓는 사람이 경기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왕궁 앞을 흐르는 똔레삽 강의 1.7km 구간에서 보트 경주를 펼쳤다. 3일간의 경기를 통해서 최종 98척이 겨루어서 깜뽕짬주의 보트 “머하 똔싸이 떼쪼 싸엔쩨이(Moha Tonsay Techo Sen Chey; 위대한 승리의 토끼 장군)” 팀이 28분 05초 33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따께오주의 보트 “썸뎃 위볼 빤냐 보라머이 민쩨이(Samdech Vibol Panha Barami Meanchey; 엄청난 지혜와 고결한 승리의 왕)”가 28분 06.62분을 기록했다. 3위는 뿌레아위히어주의 보트 “꺼께 싸엔쩨이 보라머이 뿌레앙 크마으(Koh Ker Sen Chey Barmey Preah Ang Khmao; 승리와 고결한 꺼께성의 크마으 님)”가 28분 07.81분을 기록했다.

올해 프놈펜 수도 행정부는 11월 14일부터 3일간 물축제가 개최된다고 공지했다. 기대되는 배경기는 왓운날라옴(Wat Ounalom) 사원 앞 똔레삽강에서 오후 1시부터 열린다. 올해는 346척의 보트가 출전할 예정이며, 작년보다 9척이 더 많고 20,000명 이상의 노 젓는 사람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축제에는 등불 보트, 불꽃놀이, 콘서트, 예술 공연 및 기타 여러 즐거운 활동을 선보인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위해 프놈펜시는 여러 도로에 대해 차량 통행을 금지하고 보행자 전용 구역을 설정할 것이다. 질서를 유지하고, 보안 조치를 강화하며, 모든 사람이 원활하고 즐거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조직하고 있다.

 

80-이영심

글 이영심

前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