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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224화 캄보디아 태권도: WT와 ITF
태권도는 대한민국에서 1950년대에 정립되어 발전한 현대 무술로서 1971년부터 국기(國技)이다. 해방 이후 다양한 무술이 성행하던 가운데 군대에서 장성으로 복무하던 최홍희(1918-2002)도 도장을 세워 무술을 가르쳤다. 그는 택견과 비슷한 단어인 태권에 도를 합해서 태권도라는 명칭을 창안했다. 1966년 국제태권도연맹(ITF)을 창단했는데, 박정희 정권과의 불화로 1972년에 캐나다로 망명하면서 ITF 본부도 옮겨갔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는 대한태권도협회를 중심으로 새롭게 세계태권도연맹(WT)을 창립하여 태권도 보급에 나섰다.
ITF 태권도는 WT 태권도와 달리 매우 격렬한 게 특징이라고 한다. 태권도 전문 지도자에 따르면, WT는 머리와 몸통에 보호구를 착용하고 맨발로 겨루기를 하지만, ITF는 보호대를 착용하지 않고 장갑과 신발만 착용한 채 맞서기(겨루기)를 진행한다. 또한, WT는 발기술 위주의 겨루기라면, ITF는 주먹을 이용한 얼굴 공격이 가능해서 실전성의 측면을 더욱 강조하는 겨루기 형태이다. ITF와 WT는 태권도를 원류로 분리되어 발전한 한민족의 자랑스러운 스포츠이다. 융합의 시대인만큼 좋은 점은 서로 흡수하여 태권도 자체를 발전시키는 것이 과제이다.
ITF는 북미권에서 인지도를 얻었으며, 1980년대 들어 최홍희가 북한을 몇 차례 방문하면서 중국, 소련, 동유럽 등 공산권 국가에까지 ITF가 보급되었다. 캄보디아는 1965년부터 노로돔 시하누크(1922-2012) 선왕과 생전 김일성(1912-1994) 전 위원장의 끈끈한 관계 덕분에 양국 간 스포츠문화교류도 활발했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부터 캄보디아에 체육 지도자들을 다수 파견했는데, 특히 군부대에는 ‘북한 태권도’로 불리는 ITF 태권도 사범들이 대거 파견됐다. 이에 따라 ITF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많은 메달을 획득해 국위를 선양했다.
1990년대 이래 대한민국 교민들은 캄보디아에 WT 태권도를 보급하는 데 앞장섰다. 언론에 따르면, 태권도 공인 5단인 고 김용덕 전 한인회장은 1995년 캄보디아태권도협회(CTF) 설립과 동시에 WT에도 가입하도록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에 따라 이듬해 WT의 모체인 국기원을 통해서 파견된 최용석 감독이 현재까지 WT 태권도 국가대표 양성 및 저변 인구 확대를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출전 사상 첫 금메달을 딴 쏜 씨우머이(Sorn Seavmey) 선수 덕분에 WT 태권도에 대한 캄보디아인의 관심은 매우 높아졌다.
캄보디아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내에는 WT와 ITF가 공존하고 있다. 매년 전국체전에 참가하는 태권도 선수들은 모두 캄보디아 군인들로 구성되었는데, 각각 남북한 지도자로부터 수년간 태권도를 배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023년에 캄보디아가 주최한 제32회 동남아시안(SEA) 게임을 기해 훈센 전 총리는 “남북한 민족의 단결”을 위해 WT와 함께 ITF 태권도를 정식 종목으로 채택하도록 추진한 바 있다. 2013년 중국의 난징 청소년 올림픽과 2017년 무주 세계선수권대회를 통해서 양대 태권도의 화합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포츠라는 매체를 통해 남북한 간 중재를 시도한 캄보디아의 의도는 한국과 북한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불가능하게 되었다. ITF 태권도의 유일한 북한 사범은 UN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영향으로 캄보디아에서는 2022년부터 체류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 왕립프놈펜대학교에서 전국 16개 협회와 클럽의 선수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전국 ITF 태권도 선수권 대회에서는 SEA 게임에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이 아쉬움을 달래면서 ITF 태권도의 미래 성장을 위해 결의를 다지는 모습이었다.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