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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208화 캄보디아에서 접하는 중국 문화
중국계 캄보디아인들은 집안에 중국 신들을 모시는 작은 사당을 두고 있다. 인기 있는 신상으로는 관우, 관음, 마주, 왕예, 부뚜막 신 등이 있다. ‘관우’는 중국의 역사소설 『삼국지연의』의 영웅 관우 장군을 널리 신격화했다. ‘관음’은 불교에서 ‘자비의 여신’으로 불리는 관세음보살이다. ‘마주(Mazu)’는 중국에서 기원하는 ‘바다의 여신’으로 어부와 선원을 지켜준다고 하며, 대만계한테 인기 있다. ‘왕예(Wang Ye)’는 대만의 민속 종교이자 도교 신앙 체계의 한 측면으로 질병과 불운을 막아준다고 한다. ‘부뚜막 신’은 중국 설화에서 외도를 뉘우친 남편이 아궁이에 들어가 자살하자 본처가 사당을 놓고 기린 데서 비롯됐다.
역시 캄보디아 달력에는 표시되지 않았지만, 한국과도 같은 날짜인 중국의 명절을 쇠는 양상도 자연스럽다.
음력 1월 1일 춘절
한국의 음력 설날과 같은 중국의 춘절은 캄보디아에서 “쫄츠남쩐”이라고 불리며, 문화적 다양성 존중과 양국의 긴밀한 관계 덕분에 널리 기념된다. 축제가 행운을 가져온다고 일반적으로 믿기 때문에 민족적 배경과 관계없이 모든 캄보디아인이 기념한다. 이날은 현지인들이 “몽싸이”라고 부르는 사자춤을 전국 각지에서 볼 수 있다. 더욱이 법정 공휴일이 아님에도 일부 학교, 민간 기업과 기관은 자체적으로 문을 닫고서 과감하게 기념한다. 학생들이나 근로자들은 고향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겠다면서 결석과 결근을 당연시하는 경향이다.
양력 4월 5~6일쯤 청명절
하늘이 맑아진다는 뜻의 ‘청명([QingMing])’은 음력 3월에, 양력으로는 4월 5~6일 무렵이다. 같거나 하루 상관으로 한식도 함께 있어서 한국에서도 어르신들은 이날 조상의 산소를 돌본다. 중국에서는 여전히 큰 명절이라서 묘지 근처에는 성묘 인파가 몰린다고 한다. 이날 캄보디아에서도 전국 각지에서 중국계 캄보디아인 가족들이 푸짐한 음식, 장식지, 향 및 기타 제물을 바리바리 싸 들고 고향으로 떠난다. 그리고 돌아가신 모든 조상의 묘를 정리하고 차례상을 차린 후에 절을 올린다. 지전이나 종이집 등도 태우고, 무덤의 봉분은 화려한 장식지로 단장한다. 스님도 초대해서 행복, 성공, 승진을 위해 기도한다.
음력 7월 15일 중원절
한국에서는 ‘백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캄보디아에서는 “싸엔끄발뜩”이라고 불리며, 지난 8월 30일이 바로 이날이다. 중국식 “프춤번”이라는 인식으로 망자가 산 사람을 방문한다고 믿어서 집안에 제사상을 차리고 청명절과 유사한 의식을 거행한다.
음력 8월 15일 중추절
한국인에게는 ‘추석’이라서 뜻깊은 음력 8월 15일은 중국계 캄보디아인들이 중추절로 지낸다. 고대 중국에서는 이날을 가을의 중간인 ‘중추(仲秋)’라고 불렀고, 이때 제사를 지낸다 하여 중추절이 되었다. 가을이 없는 캄보디아에서는 “보름달 축제(Full Moon Festival)”라고 불린다. 사람들은 이날 달맞이 상차림을 위해서 아침 일찍부터 생화, 카사바 수프, 납작한 쌀, 사탕수수 주스 등을 제물로 준비한다. 저녁에 큰 돗자리 위에 제물을 차리고 달이 뜨기를 기다린다. 달이 나뭇가지 위로 떠오르면 온 마음으로 달을 숭배하고 축복을 구한다. 이날 월병(Moon cake)을 교환하면 행운과 번영을 가져다준다고 믿어 많은 캄보디아인이 기념한다.
2023년 ‘춘절’ 무렵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많은 캄보디아인이 중국 조상을 두고 있으며 도시 지역에 거주하는 캄보디아인의 약 80%, 농촌 지역의 40%가 중국계 명절을 기념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특히나 양국 간의 정치, 경제, 문화의 긴밀한 유대 덕분에 이런 현상은 캄보디아에서 해마다 인기를 얻고 있다. 그래서 특히나 한국인이라면 다가오는 추석에 한국 마트마다 구비된 송편을 구입할 텐데 현지인 집주인이나 이웃에게 맛이라도 보일 요량으로 송편 한 접시를 나눔하면 월병을 답례로 받게 될 수도 있겠다.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