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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더 알아보기] 제203화 “띵몽” 허수아비 퍼레이드
한국의 유명 사찰마다 정문을 들어설 때면 통로 좌우에서 무시무시한 괴물 형상의 대형 조각상이 몽둥이를 들고는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는 통에 흠칫 놀라곤 했다. 이 조각상은 일주문을 지키는 ‘금강역사’라고 불리는 조각상으로, 애초 인도 브라만교의 수호신 인드라 신으로부터 ‘금강저’라는 무기를 받아서 부처를 호위하게 된 하급 수호신 ‘야차’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원래는 단독상이지만 중국으로 전래되어 쌍신상이 되었고, 험상궂은 서역인의 표정을 하고 사찰의 성역을 지키는 기능으로 발전했다. 캄보디아에서 “띵몽(Ting Mong)” 또는 “따몽(Ta Mong)”이라고 불리는 허수아비의 기원이 바로 이러한 수문장이다.
보통 한국에서 허수아비라 하면 가을 무렵에 벼를 쪼아먹는 참새를 쫓을 요량으로 대충 뼈대만 만들어 밀짚모자와 거적때기를 걸치고 논에 세워 놓았을 뿐이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는 귀신처럼 흉물스러운 인상인 데다가 어떤 집에서는 포탄 내지 장총까지 짊어졌거나, 헬멧을 쓰고는 여친을 기다리는 것처럼 청바지와 재킷을 말쑥하게 입고서 집 앞을 지키고 있다. ‘장난하나?’ 싶어서 그냥 흘깃 보고 지나쳤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0년 무렵부터는 의료시설이 열악한 지방의 외곽 지역마다 이 허수아비를 통해서 전염병의 침입을 막고 가족들을 지켜 주기를 바라는 절실한 염원이 담겼던 모양이다.
쭌낫(Chuon Nath) 사전에 따르면 “띵몽”은 고대 크메르족이 프농족(Phnong)을 노동자로 부릴 때 그들이 사용하던 말이다. 어린아이들이 울 때면 프농족 베이비시터는 “띵몽띵몽”이라고 말하면서 겁을 주었는데, 이때의 “띵몽”은 ‘호랑이’를 뜻했다. 이후로는 짐승이 출몰해서 농작물을 먹지 못하도록 겁을 주기 위해 사람의 형상으로 들판에 세워서 이를 “띵몽”이라고 불렀다. 현재는 집 안의 나쁜 기운을 없애고 마을에 전염병이 퍼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집 앞에 두는데, 항상 의상을 입은 사람의 모습으로 모자, 스카프 등으로 장식한다. 주로 건기가 시작되고 기온이 떨어지는 12월부터 4월까지 유행하는 경향이다.
한편, 불교 축제 기간에는 사원마다 마을을 돌면서 건물, 다리 및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모금을 추진한다. 대체로 우기가 시작되고 불교 승려들이 탁발을 멈추고 수행 정진하는 우안거(“쫄워싸”) 기간이다. 올해도 8월 2일부터 10월 29일까지 우안거에 돌입했다. 불교도들은 이미 7월 중순 무렵부터 쌀, 양초, 향, 기름, 법복 등을 자발적으로 사원으로 가져가고 있다. 이와 동시에 사원에서는 서커스 공연단마냥 거대 인형 탈을 뒤집어 쓴 무리들이 밴드의 연주에 따라 춤을 추면서 이목을 끄는 모금 행렬을 진행하고 있다. 이때의 거대 인형 탈도 세간에서는 “띵몽”이라 불리는데, 원래 명칭은 “예약찌얼(Yeak Chiel; 거인 얼굴 바구니)”이며 “옹다”라는 베트남어 명칭도 있다.
집을 지키는 수문장 “띵몽”과 사원의 모금 행렬에 등장하는 거대 인형 “띵몽”은 모양새에서도 차이가 있다. 전자는 장인의 특별한 손길을 요구하지 않지만, 후자는 무형 문화재라고 해도 될 만큼 기술과 비용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대형 탈은 거인의 얼굴에 대나무 바구니를 뒤집어서 몸체로 만들었다. 몸통은 원래 종이로 옷을 입혔다는데 오늘날은 대부분 천으로 화려하게 감쌌다. 특히 올해는 유명 가수를 모델로 제작해서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유명 래퍼 완다(Vannda), 지데빗(G-Devith) 등이 이들이다. 그리고 심지어 한국의 방탄소년단의 멤버 “뷔(V)”도 이 중에 있다니 K-Pop의 인기를 실감한다.
이처럼 불교 축제 기간에 길거리 모금 행렬에 대동하는 “띵몽”은 대중에게 유희 거리로 전락했다. 그러나 인류학자 앙쭐란(Ang Choulean; 1949~) 교수에 따르면, 사실 원래 명칭에서 “거인”이라는 말이 있듯이 애초의 목적은 모든 불행이 그 마을에서 도망가도록 겁을 주려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도 과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은 좀 터무니없어진 것을 누구나 알 터이다. 그래도 “띵몽”을 전통으로 보고 지역사회의 기반시설 조성을 위해서 기금을 마련하고자 할 때 캄보디아 사람들을 결속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글 이영심
왕립프놈펜대학교 한국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