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최초 한국인 설립 축구단 라이프 축구단 캄보디아 1부 리그로 승격

기사입력 : 2024년 08월 19일

| 캄보디아 최초로 한국인이 설립한 라이프 축구단 창단
| 창단 1년만에 2부 리그에서 1부 리그로 승격
| “시즌 4위, 2038년 캄보디아 월드컵 진출 기여 목표”

라이프 축구단 선수 및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_WS

캄보디아 최초로 한국인이 설립한 축구단인 라이프 축구단(LIFE FC, 단장 구견회)이 창단 1년 만에 캄보디아 프로축구 1부 리그인 캄보디아 프리미어리그(Cambodian Premier League, 이하 CPL)로 승격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시하누크 주 대표격 프로 축구팀인 라이프 축구단은 2023년 8월 2일 창단하여 올해 3월 31일 캄보디아 프로축구 2부 리그인 Cambodian League 2의 23-24 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캄보디아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할 자격을 얻었다. 라이프 축구단은 올해 3월 31일 껀달 주 경찰 아카데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내무부 축구팀(MIF)과의 경기에서 4-4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두 축구단 모두 시즌 승점이 34점으로 동일했지만 CPL 규정인 승자승 원칙에 따라 해당 시즌에서 이미 MIF를 상대로 두 차례 이긴 라이프 축구단이 승리하게 됐다.

8월 10일부터 캄보디아 프리미어리그 24-25 시즌이 시작됐다. 라이프 축구단은 다음날인 11일 1부 리그 승격 이후 시하누크 주 소재 라이프 대학교에 위치한 홈구장에서 첫 경기를 치렀다. 아쉽게도 라이프 축구단은 시즌 첫 경기에서 지난 시즌 6위 팀인 ISI 당꼬센쩌이 FC와 맞붙어 패배하고 말았다.

구견회 라이프 축구단 단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지난 12일 뉴스브리핑 캄보디아와의 인터뷰를 통해서 첫 경기의 뼈아픈 패배를 딛고 시즌 4위를 달성해보이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구 단장은 “CPL에 있는 11개 팀을 분석 해보면 원래 상위 팀은 선수들 몸값부터 굉장히 비쌉니다. 라이프 축구단의 재정 수준으로는 그런 부분에서는 쫓아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라면서 “현재 다른 팀들의 시즌 첫 경기 결과를 분석해본 결과, 비록 첫 경기는 아쉽게 패배했지만 조금 더 최선을 다하면 목표인 시즌 4위를 달성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꼭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캄보디아 1세대 한인선교사인 구견희 라이프 구단장은 시하누크 주 소재 기독교종합대학 라이프 대학교 총장이기도 하다._WS▲ 캄보디아 1세대 한인선교사인 구견회 라이프 구단장은 시하누크 주 소재 기독교종합대학 라이프 대학교 총장이기도 하다.

■ 한 단계씩 일궈온 라이프 축구단
1세대 캄보디아 한인선교사이자 현 시하누크주에 위치한 라이프 대학교(Life University) 총장이기도 한 구 단장은 1997년부터 지금까지 27년 동안 선교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는 초창기에 컴퓨터 학원을 통해 교육선교사역을 시작했다가 2000년 시하누크주 유치원을 설립했다. 당시 구 단장은 지역 내 대학교를 설립해달라는 학생들의 요청에 도전을 받아 한 단계씩 교육범위를 확대해나갔다.

이어서 2004년에 라이프 스쿨 초등학교가 설립됐다. 고등학생때부터 축구에 관심이 많았던 구 단장은 초등학생들의 체육 활동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현재 라이프 축구단의 모태가 된 초등학교 축구부를 창단하게 됐다. 이후 이듬해인 2005년에 중·고등학교 설립과 함께 중·고등학교 축구부가, 2006년에는 기독교종합대학인 현재의 라이프 대학교 설립과 함께 대학교 축구팀이 창단됐다. 초창기 남다른 열정으로 구 단장이 초등학교 축구부부터 손수 키워낸 라이프 대학교 축구팀은 캄보디아 전국 규모 축구대회인 훈센컵 등 국내대회에서 항상 시하누크 주 대표로 출전해 8강까지 진출하는가 하면 올해 열린 캄보디아 전국 대학축구선수권대회에서는 당당히 우승을 차지할 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

구 단장은 “그렇게 축구에 대한 입지를 다져오던 중 2022년에 CPL로부터 시하누크 주를 대표하는 프로 축구단을 설립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라며 “사실 프로 축구라는 게 돈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렇게 심사숙고 끝에 2023년에 2부 리그로 조인하게 됐다”고 라이프 축구단의 창단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캄보디아 젊은이들이 축구를 굉장히 좋아하고 실력 있는 인재도 많습니다. 하지만 캄보디아에는 축구팀 자체가 얼마 없기 때문에 많은 젊은이들이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에 뛰어들 기회가 좀처럼 없는 실정입니다”라며 “축구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재정이 들기 때문에 때때로는 창단이 후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팀 선수들이 저에게 와서 ‘라이프 축구단을 창단해서 저희에게 축구를 할 기회를 줘서 너무 고맙다’며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큰 보람을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고 말했다.

라이프 축구단은 올해 3월 31일 껀달 주 경찰 아카데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내무부 축구팀(MIF)과의 경기를 끝으로 2부 리그의 우승을 차지했다._WS▲ 라이프 축구단은 올해 3월 31일 껀달 주 경찰 아카데미 스타디움에서 열린 내무부 축구팀(MIF)과의 경기를 끝으로 2부 리그의 우승을 차지했다.

■ 실력있는 25명의 선수와 외국인 용병들
라이프 축구단에는 라이프 대학교 학생을 포함하여 25명의 선수가 소속돼있다. 이중에 동티모르, 호주, 일본, 나이지리아, 우간다, 미국 등 6명의 외국인 용병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다. 미국 국적의 김서인 선수의 경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1부 리그를 위해서 호주 선수 그렉 시아모아와 함께 최근 라이프 축구단에 새롭게 합류했다.

라이프 축구단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고 있는 김서인 선수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 생활을 하면서 12살부터 미국 유소년 국가대표에 오를 정도로 재능을 갖췄다. 그는 미국 대학에서 축구팀과 미국 프로리그에서 선수로 활동한 경력이 많은 선수이다.

이밖에 주목할 만한 선수가 있냐는 질문에 구 단장은 “수비수인 반빗 선수의 실력이 뛰어납니다. 22살 어린 나이에 매우 특출한 선수로서 차기 국가대표까지 기대해볼 정도로 우수한 실력과 잠재성을 갖췄습니다”며 “외국인 용병 중에서는 동티모르 출신의 골키퍼인 그렉 시아모아 선수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깁슨 선수에 경우 2023 프놈펜 동남아시안 게임에서 축구종목 동티모르 국가대표로 출전한 적이 있는데, 당시 실력을 보고 영입을 결정했습니다. 클린시트(축구에서 한 경기를 무실점으로 방어하는 것)도 많이 했고 상당히 뛰어난 선수”라고 답했다.

■ K리그와의 교류 확대 앞장
또한 라이프 축구단은 K리그와의 교류도 적극적으로 확대해갈 방침이다. 최근에는 1부 리그 승격을 기념하여 대한민국 축구계의 전설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을 라이프 구장으로 초청하기도 했다. 허 감독은 일주일간 캄보디아에 머물며 CPL 사무실과 프놈펜 내 구장들을 방문해 캄보디아 축구계 실정을 살폈다. 그리고 라이프 축구단의 실경기 실력을 분석하며 조언을 건네는 등 애정 어린 모습을 보여주었다.

구 단장에 따르면 허 감독은 캄보디아에 한국인이 설립한 축구단을 통한 스포츠 외교를 위해서 힘이 닿는 데까지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앞으로 라이프 축구단을 비로하여 CPL과 K리그 간의 좋은 관계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구 단장은 “사실 CPL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같이 선진화되어 있는 축구팀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한국 축구계는 겨울에 경기가 없기 때문에 제주도나 태국, 말레이시아 등으로 전지훈련을 가거든요. 이 팀들을 충분히 캄보디아로 유치할 수 있다고 봅니다”라며 “전지훈련 갈 때 훈련할 만한 장소나 경기할 만한 팀이 있는지를 이걸 보거든요. 캄보디아 일부 상위권 팀들은 굉장히 실력 있는 팀들입니다. 때문에 한국의 K리그에서도 충분히 이곳 캄보디아에 와서 우리 캄보디아 팀들과 친선게임도 하고, 전지훈련도 할 수 있고, 또 기술전수나 교류도 하면서 캄보디아의 축구발전을 위해서 관심을 가져줬으면 합니다”라고 한-캄 축구계 교륙 확대에 대한 바람을 밝혔다.

이어 “라이프 축구단은 2038년에 캄보디아가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비전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캄보디아의 축구 꿈나무들을 키워서 캄보디아 스포츠계의 새로운 변화, 새로운 혁신을 일으키기 위해서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축구단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라며 “사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라이프 구단은 아직 스폰서가 없기 때문에 어웨이 경기에 나갈 때 이용할 구단 버스조차 갖추지 못한 실정입니다. 축구단 운영을 위해서는 최소 연 30만 달러에서 한 50만 달러 정도가 필요한데, 현재는 운영이 어려운 와중에도 라이프 대학교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어려움이 많다”고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캄보디아 내 여타 축구 구단 실질적인 소유주들은 대부분 캄보디아 정·재계 고위층이다. 그렇다보니 라이프 축구단의 다른 구단과의 재정적 격차가 매우 심한 실정이다.

구 단장은 “라이프 축구단에 경우 한국 사람 운영하는지 하는지, 심지어는 있는지 조차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큽니다. 1부로 승격한 것을 계기로 프놈펜에서 어웨이 경기를 할 때 참관도 해주시고 음료수 하나라도 사주시는 등 많은 분들이 응원과 관심을 가져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라이프 축구단이 프놈펜에서 진행하는 경기로는 올드 스타디움에서 캄보디아 왕립군 축구팀인 티피 아미 FC(Tiffy Army FC)와의 경기가 있다. 경기 시간은 오후 4시부터이며 입장료는 2달러 상당이다.

라이프 축구단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라이프 축구단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lifefootballclub)나 텔레그램 그룹방(t.me/lifefc_shv)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문다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