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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호의 국립소아병원에서 드리는 편지] 열 번째 편지 ‘썽끄루어 ㅎ 번또안, Emergency’
존경하고 사랑하는 캄보디아 교민 여러분께.
안녕하십니까? 쏙써바이떼?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시죠?)
오늘은 ‘‘국립소아병원 응급실” 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열 번째 편지의 제목은 ‘썽끄루어 ㅎ 번또안, Emergency’’ 입니다.
얼마 전 교민 한 분께서 제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당신의 6개월 된 아이가 감기인 것 같은데 기침을 계속하고 밤에는 너무 기침이 심해서 잠을 잘 못 잘 정도라고 하셨습니다. 근처 병원에서 약을 처방 받았는데 잘 낫지 않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 아이가 만일 한국 아이였다면 저는 헤브론 병원 소아과 박기원 선생님께 의뢰했을 것입니다. 박기원 선생님께서는 소아 감염을 전공하신데다가 이비인후과도 잘 보시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아이는 다문화 가정 아이였고 엄마가 캄보디아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저희 국립소아병원에서 치료 받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아이가 병원에 왔을 때 너무 어린 아이여서 사실 저는 좀 당황했습니다. 저는 내과의사인지라 너무 어린 아이들은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일단 절차상으로 접수를 해야 하니 접수처로 안내를 했습니다.
접수처에는 젊은 간호사님이 계셨는데 엄마가 아이가 기침이 심하고 밤에 잠도 못자고 힘들어 한다고 했더니 몇 마디 물으시다가 갑자기 아이의 옷을 들추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간호사님은 아이가 숨쉬는 것을 자세히 보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이는 의학 용어로 ‘Chest Retraction’이라고 합니다. 즉, 아이 특히 신생아나 영유아의 호흡이 갈비뼈 밑이 쑥쑥 들어갈 정도로 힘들게 호흡하는 것을 말합니다. 간호사님은 이것을 약 5초동안 관찰한 후에 바로 분명하고 명쾌한 지시를 내렸습니다.
“응급실로 가세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멋진 처방이었습니다. 소아과 의료진들께는 이것이 당연한 것이었을지 몰라도 제게는 신선한 충격이자 좋은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렇구나! 먼저 아이의 호흡을 살피고 Chest Retraction이 있는지 봤어야지!
캄보디아의 응급실 앞에는 이처럼 환자를 분류하는 곳이 있습니다. 이를 ‘Triage’ 라고 합니다. Triage는 예를 들어 갑자기 지진이 나서 수많은 환자가 생겼을 때 중증도에 따라 환자를 신속히 분류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 응급실에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자원이 제한된 곳에서 Triage(환자분류)는 더 빛을 발합니다.
시엠립 주립병원에서 일할 때 그 때는 병원이 리모델링 전이라서 응급실이 허름하였지만 Triage하시는 간호사님이 응급실 입구에 항상 계셨습니다. 환자에게 간단한 증상을 묻고 손가락에 끼우는 산소포화도 기계(Pulseoximeter)를 통해 산소포화도와 맥박수를 측정하였습니다. 이 환자분이 기다려도 될 분인지 응급으로 진료를 받아야 할 분인지 신속하게 분류하였습니다.
내과의 경우, Triage는 혈압과 맥박수로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환자분을 볼 때 일단 혈압이 높거나 맥박이 빠르면(1분당 100회 이상) 이 분에게 무슨 문제가 일어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주의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그 아이는 그래서 응급실로 바로 들어갔습니다. 응급실에 갔더니 아이는 진찰 침대에 누여졌고 곧바로 의료진들은 아이의 산포포화도를 재고 맥박을 재고 아이를 자세히 진찰하였습니다. 응급실 당직 선생님은 아이의 호흡 소리를 자세히 듣고 아이의 병력(History Taking)을 들었습니다.
일단 현재 외부 병원에서 받은 약을 복용 중이고 산소포화도는 괜찮았기 때문에 입원할 정도는 아니라는 처방이 내려졌고 대신 가래가 많기 때문에 가래를 배출하도록 돕는 물리치료를 받으라는 처방을 받았습니다.
이를 Chest Physiotherapy (호흡기계 물리치료) 라고 합니다. 물리치료는 캄보디아말로 프찌어발 쫄로나 혹은 Kinesiotherapy(끼네지오 테라피)라고 합니다. 등을 두드려 주고 자세를 바꾸어서 가래가 잘 나오도록 합니다. 저희 병원 물리치료실에 가면 감기로 이 치료를 받기 위해 온 아기들이 제일 많습니다. 학생 때 호흡기 내과 교수님은 폐렴 환자분께 ‘가래(객담)을 잘 뱉으세요.’. 라는 말씀을 늘 하셨습니다. 그만큼 가래를 배출하는 것이 회복에 중요하기 때문인데 아이는 혼자서 가래를 뱉을 수 없으니 물리치료를 통해 도와 주어야 합니다.
다행히도 이 아기는 얼마 후 잘 나았다고 보호자분께 연락이 왔습니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감기는 정말 흔하지만 아무래도 어른보다 약하기 때문에 혹시나 기관지염이나 폐렴으로 발전하지는 않을지 항상 주의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밤에는 서늘하고 온도차가 있는 경우 감기에 걸리기 쉽습니다.
오늘은 국립 소아 병원 응급실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응급실을 크메르어로 ‘썽끄루어 ㅎ 번또안’이라고 하는데 ‘썽끄루어 ㅎ’ 는 구한다는 말이고 ‘번또안’은 즉시 라는 말입니다. ‘즉시 구한다!’
오늘도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특히나 즉시 치료가 필요한 응급한 경우에도 24시간 동안 수고하시는 국립소아병원 응급실 의료진들께 감사 드립니다.
참고로 저희 병원은 외래도 24시간 문을 열고 있으니 밤에 아이가 아픈 경우 언제든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큰 도움은 못 되지만 혹시라도 제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지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응급실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다음 번에는 결핵/에이즈 병동에 대해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부족한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캄보디아 KOICA 의사 서정호 올림 ( 011 944 511, 텔레그램, 카톡 모두 가능합니다)